투구하는 니퍼트

한시대를 풍미한 에이스 투수들이 KBO리그를 떠날 위기에 처했다.

더스틴 니퍼트(36)가 없는 두산 베어스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현실이 됐다. 니퍼트는 두산에서만 7년을 뛰면서 94승을 올린 투수다. 2016년 무려 22승을 따내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203㎝의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속 150㎞대의 강속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앞세워 한국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다. 두산의 2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니퍼트의 올해 성적은 다소 부진했다. 14승8패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가을 사나이'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두산은 니퍼트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니퍼트는 여전히 150㎞대 강속구를 뿌리고, 10승도 가능한 투수다.그러나 프로 구단은 냉정했다. 두산은 니퍼트의 높은 몸값,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나이를 감안해 재계약을 포기했다.두산은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한 조시 린드블럼을 데려와 니퍼트의 빈자리를 메웠다.다른 구단의 시각도 비슷했다. 두산과 계약 불발로 니퍼트의 몸값(올해 210만 달러)이 크게 떨어졌다고 알려졌지만, 아직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구단은 없다.안전한 투자 대신 젊고 가능성이 큰 선수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새다.

NC 에이스 에릭 해커(34)도 정든 한국 무대를 떠날지도 모른다.해커는 5년간 한국에서 뛰었다. 최근 3년간 44승을 거두는 등 통산 56승(34패)에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한 투수다.

해커는 국내 무대에 첫선을 보일 때만 해도 강속구 투수였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기교파 투수로 변신했다. 컷패스트볼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투구는 일품이다. 내년에도 풀타임으로 뛴다면 10승 이상은 충분하다. 경쟁력은 아직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NC는 해커의 보류권을 풀었다. 젊고,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를 뽑기로 결정하고 유망주를 데려왔다.

넥센 히어로즈에서 6시즌이나 뛴 앤디 밴헤켄(38)도 재계약에 성공하지 못했다.

밴헤켄은 2014년 20승을 거두는 등 6년간 73승42패 평균자책점 3.56의 좋은 성적을 남겼다. 올해는 8승에 그쳤다.

아직까지 밴헤켄에게 기회를 주는 구단은 없다. 확연하게 떨어진 구위,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마흔이 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느 구단 관계자는 "좋은 선수들이 KBO리그를 눈여겨보고 있다. KBO리그에서 성공하면 큰돈을 만질 수도 있고 일본, 미국에서도 러브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수준 이하의 선수들이 노크할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이제 한국 무대에 도전하는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