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았더라도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지역주민에게 식사를 제공하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사전선거운동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50대 A씨의 상고심에서 "선거구 획정(劃定) 전에 식사를 제공한 것은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 14일 20대 총선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친구를 지지해달라며 지역 주민 23명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사전선거운동, 제3자 기부행위제한 위반)로 기소됐다. 이 기간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구역표’가 효력을 상실한 기간이었다.
헌재는 2014년 10월 30일 공직선거법 별표의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구역표에 대해 잠정적용 시한을 2015년 12월 31일까지로 보고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국회는 잠정적용 시한인 2015년 12월 31일까지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선거구 구역표는 지난해 1월 1일 효력을 상실했다. 이후 지난해 3월 3일 공직선거법이 개정됨으로써 새로운 선거구 구역표가 확정됐다. 이로인해 지난해 1월 1일부터 2016년 3월 2일까지 법률상 유효한 선거구 구역표가 존재하지 않게 됐다.
1심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기부행위제한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기부행위죄는 유효한 선거구를 전제로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하면서 공직선거법상 선거인 매수 혐의를 추가했지만, 2심도 사전선거운동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인’에게 금전이나 향응을 제공한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검찰은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선거인’은 다가올 선거일을 기준으로 판단할 때 매수행위로써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선거가 실시되는 지역의 선거인으로 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선거구와 상관 없다”고 상고했다.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를 받아들여 매수죄는 선거구와 상관없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매수 행위 당시에 반드시 상대방이 선거할 선거구가 획정돼 있어야 하거나 유효한 선거구가 존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