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서 경고한 메시지입니다. 꼭 전달해 주시기 바랍니다. 파리바게뜨 상품권 문자 오면 누르지 마세요. 공유해 주시기 바랍니다.' '010-9328-XXXX으로 걸려온 전화는 받지 마세요. 받자마자 125만원이 차감되는 새로운 형태의 사기라 합니다. 주위 분들에게 알려주세요. (중략) 주위에서도 1000여명 당했습니다.' '아이핀 재승인해야 한다고 문자가 와도 절대 누르지 마세요! 3000달러 결제가 됩니다. 복사해서 지인들과 공유하셔서 피해당하시지 말기를 바랍니다. (중략) KBS방송 제공.'
인천 남구에 사는 박모(61)씨는 최근 친구로부터 스마트폰 사기 예방법 메시지를 받고 고등학교 동창들이 모인 네이버 밴드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같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 박씨는 "뉴스를 보면 보이스피싱에 당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조심하라는 뜻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박씨가 전달한 메시지는 그러나 수년 전부터 돌던 엉터리 사기 예방법으로 '신종'도 아니고 '사기 예방법'도 아니다. 스미싱 범죄에 대응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침해대응단은 "2012년쯤부터 비슷한 내용으로 온라인에 퍼진 여러 사기 수법이 진짜인지 계속 확인하고 있지만, 실제 범죄로 이어진 사례도 없었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죄 수법도 없다"고 밝혔다.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소액 결제 한도는 월 50만원으로 스미싱(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사기)에 당한다 해도 한 번에 125만원이나 수천달러가 결제되지 않고,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고 바로 돈이 빠져나가는 시스템도 없기 때문이다. KBS도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에 KBS를 출처로 도는 범죄 예방법은 우리와 무관하다"며 "KBS를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 생각한 누군가가 덧붙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전형적인 혹스(hoax)로 악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사이버 괴담을 퍼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혹스는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등에 거짓 정보와 괴담을 실어 수신자를 속이는 행위를 뜻한다. 바이러스는 아니지만 사용자에게 겁을 줘 필수 프로그램을 삭제하게 하여 컴퓨터를 고장 내는 가짜 컴퓨터 바이러스에서 유래했다. 스미싱처럼 악성 코드로 돈이나 개인 정보를 빼내지는 않지만 불필요한 불안감을 만들고 잘못된 정보가 계속 퍼지게 한다.
지난달에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배우 고(故) 김주혁씨가 사망 직전 가슴을 움켜쥐고 괴로워했다는 목격자 진술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는 '심장마비시 10초 대처법'이라는 글이 우후죽순 퍼지기도 했다. '혼자 있을 때 심장마비 증상이 생기면 2초 간격으로 강하게 기침을 해 심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응급조치를 해야 한다'는 기침 심폐소생술을 소개한 것으로 출처는 서울아산병원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은 "해당 자료는 병원이나 의료진이 만든 게 아니라 일반인이 임의로 병원 이름을 사용한 것"이라며 "기침 심폐소생술은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방법이고 오히려 초기에 적절하게 대처할 시간을 놓쳐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종인 교수는 "범죄 예방법, 건강 팁(tip)처럼 도움이 되는 정보로 생각하면 진위를 따지지 않고 알리는 경우가 많다"며 "정보를 공유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계속 덧붙여지면서 가짜 정보가 진짜처럼 퍼지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