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화폐 투기 광풍에 뛰어들었던 이들 가운데 "가격 등락을 확인하느라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거래 중단뿐 아니라 아예 끊겠다며 가상 화폐 거래소에서 나오려고 하지만, 사이트 탈퇴 절차가 가입에 비해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 화폐 거래는 이메일과 휴대전화 인증 후 은행 계좌를 등록하면 바로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거래소 사이트에서 탈퇴하기 위해선 이메일로 탈퇴 요청서를 작성해 보내야 한다. 여기에 '회원 탈퇴 요청' 문구와 날짜, 이메일 주소 등을 적은 메모를 붙인 신분증(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여권 등)을 들고 본인 얼굴 사진을 찍어 첨부해야 한다. 회원들 사이에선 "마치 '머그샷(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 같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나 운전면허번호를 가리는 것도 이용자가 스스로 해야 한다. 가상 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직접 만나지 않고 실명을 확인하려면 어쩔 수 없다"며 "신분 도용 등 금융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가입 땐 제대로 안 하던 실명 확인을 탈퇴 때만 하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몇몇 거래소는 콜센터를 운영하며 전화로 탈퇴 신청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상담원과 통화 한 번 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말한다. 한 회원은 "메일로 신청서를 보냈는데도 처리되지 않아 전화를 걸었는데, 매번 수십분씩 기다리다 지쳐 전화를 끊는다"며 "몇 주째 탈퇴를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은행이나 증권사의 경우 탈퇴 절차가 이보다 간단하다.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거나 인터넷에서 공인인증서로 본인 인증을 하면 계좌를 바로 해지할 수 있다. 전화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가상 화폐 거래소들은 전화 상담 인력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고, 오프라인 고객센터도 매우 드물다.
탈퇴한 이용자들도 찜찜함을 느낀다. 보낸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거래소 '빗썸'은 개인 정보 3만건 이상을 해킹당해 지난 12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과징금과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한편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최근 거래가 과열되면서 투기 양상을 보이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가상 통화와 관련된 범죄를 철저히 수사하고 엄정하게 대처하라고 14일 검찰에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