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축구 팬들이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의 새 이름)을 보면서 자주 떠올리는 이름이 있다. 손흥민(25·토트넘)이다. 유럽파가 출전하지 않은 E-1 챔피언십에서 한국 대표팀은 시원한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2일 북한전에선 상대 자책골에 힘입어 1대0으로 간신히 이겼다. 답답한 축구 팬들에게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유럽에서 잇달아 전해오는 손흥민의 골 소식이다.
손흥민은 14일(한국 시각) 브라이턴 호브 앨비언과 벌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홈경기에서 시즌 8호 골로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후반 42분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에릭센의 프리킥을 머리로 재치 있게 방향을 바꿔 골망을 갈랐다. 양발을 잘 쓰는 걸로 유명한 손흥민은 올 시즌 왼발로 4골, 오른발로 3골을 터뜨렸다. 헤딩 골은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손흥민은 4경기 연속 골을 기록했다. 지난 3일 프리미어리그 왓퍼드전에서 이번 달 첫 골을 신고한 손흥민은 7일 아포엘(챔피언스리그), 10일 스토크시티(프리미어리그)전에 이어 이날도 득점포를 가동했다. 손흥민은 지난 4월에도 4경기 연속 골을 기록한 적이 있다. 당시엔 프리미어리그에서 번리·스완지시티·왓퍼드·본머스를 상대로 릴레이 골을 터뜨렸다. 작년 9월 아시아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월간 MVP에 선정된 손흥민은 지난 4월에 이어 이번 달 통산 세 번째 월간 MVP를 기대하고 있다.
올 시즌 손흥민의 골 퍼레이드를 보면서 팬들은 재미난 득점 공식을 발견했다. 손흥민이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팀만 만나면 힘을 냈다는 것이다. 이번 시즌 8골 중 5골이 '노란 팀'을 상대로 나왔다. 도르트문트(독일)와 아포엘(키프로스), 왓퍼드, 브라이턴(이상 잉글랜드)이다.
독일의 강호 도르트문트는 손흥민이 전통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이는 팀이다. 올 시즌 2골을 포함,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통산 10경기에서 8골을 기록했다. 도르트문트가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이 섞인 유니폼을 입어 '꿀벌 군단'이라 불리는 터라 손흥민에겐 '양봉업자'란 별명이 붙었다. 손흥민은 노란색 홈 유니폼을 입는 왓퍼드를 상대로도 통산 4골(5경기)을 뽑아냈다.
파란색이 상징색인 브라이턴은 14일 노란색 원정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가 손흥민에게 '한 방'을 허용했다. 토트넘과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만날 유벤투스 역시 원정 유니폼이 노란색이다.
국내 축구 팬들이 '노란 팀'에 강한 손흥민에게 환호를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내년 러시아월드컵 때문이다. F조 조별리그 1차전(6월 18일)에서 맞붙는 스웨덴은 전통적으로 노란 유니폼을 입는다. 꿈은 클수록 좋다고, 더 큰 그림을 그리는 팬들도 있다. 한국이 F조 2위로 16강에 올라갈 경우 E조 1위가 예상되는 브라질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노란 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