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고용률 60%'가 출산율 반등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와 노동시장 성차별 해소 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여성 고용률 60%'가 실현되면 저출산 문제가 극복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최로 12일 열리는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토론회' 발제문을 통해 "한국도 여성 고용률이 60%를 넘어서 성평등 상황이 실현되면 출산율이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영국·독일에서도 'U자형'
정 교수에 따르면 유럽 주요 국가들도 현재 우리나라 상황처럼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면서 1990년대 출산율 1.3명 이하의 초저출산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경제활동 참여가 보다 활발해지면서 마치 주가(株價)가 저점을 찍고 반등하는 현상처럼 출산율이 어느 순간 상승〈그래픽〉한 것으로 분석됐다. 예를 들어 영국의 합계 출산율은 약 1.7명까지 떨어졌다가 여성 고용률 60% 근처에서 반등했고, 독일도 합계 출산율 약 1.3명 수준에서 여성 고용률이 60%를 넘기자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U자형'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2014년 현재까지 합계 출산율이 1.3명 이하의 한국과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폴란드 등 초저출산 국가들은 여성 고용률이 평균 51.9%에 불과한 상황이라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정 교수는 "여성 고용률 60%가 3~4명의 자녀를 보장하기는 어려워도 일·가정 양립 개선 등이 맞물릴 경우 현재 인구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수준(출산율 2.1명)에 근접하는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평등을 기반으로
한국의 여성 고용률(지난해 기준)은 20대 후반(25~29세)엔 70%에 이를 정도로 높지만, 30대 후반(35~39세)에는 56.5%로 뚝 떨어진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를 맘 놓고 맡길 곳이 부족하고, 회사 일을 하면서 가정 일도 하기 버거워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이 많은 것이다. 그나마 직장에서 버텨도 남성에 비해 고위직에 오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16 유리천장 지수'를 보면 한국은 여성이 일하기 좋은 나라 29위에 그쳤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은 출산율 최저점에 눌러앉은 듯한 '늪'에 빠진 형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반면 스웨덴의 다국적 가구 기업 이케아(IKEA)의 한국 고양점 세실리아 요한슨 대표는 12일 열리는 '한·북유럽 정책 포럼'에서 "이케아는 여성 리더 양성을 위해 경영진은 남녀 절반씩 젠더(Gender·性) 균형을 맞춘다. 다양한 근무시간 형태와 육아 지원책도 마련돼 있다"고 소개한다.
이처럼 여성이 일하기 좋은 스웨덴은 2000년 1.55명이던 합계 출산율이 2015년 1.88명으로 상승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근무 여건 변화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일생활균형재단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주 4일간 최대 9시간 동안만 근무하는 압축 근무제를 도입해 일·가정 양립에 도움이 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산 100조원을 지출했지만 여전히 뾰족한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저출산은 마치 고열이나 통증처럼 어떤 총체적 위기 상황임을 보여주는 '징후'"라며 "성평등과 세대 간 협력과 통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저출산 극복에 성공한 유럽 일부 국가처럼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을 돕고 성평등을 실현하는 사회 문화를 정착하는 등 새로운 관점의 저출산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