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사를 살펴보면 주목할 라이벌들이 제법 있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프란츠 베켄바워(72·독일)와 요한 크루이프(2016년 사망·네덜란드)는 1974년 서독월드컵 결승전(서독 2대1 승)에서 양 팀 캡틴으로 맞붙는 등 수많은 명승부를 연출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1972년생 동갑내기 지네딘 지단(프랑스)과 루이스 피구(포르투갈)는 당대 최고 미드필더를 놓고 경쟁 관계를 이뤘다. 펠레(77·브라질)와 디에고 마라도나(57·아르헨티나)는 비록 같은 시대에 뛰진 않았지만, '축구 역사상 최고 선수'를 놓고 오랜 시간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그래도 이런 라이벌은 없었다. 한 해 세계 최고 축구 선수에게 수여되는 발롱도르(Ballon d'Or)를 최근 10년간 각각 5번씩 나눠 가진 두 영웅,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포르투갈)와 리오넬 메시(30·아르헨티나)다.
호날두는 8일(한국 시각) 제62회 발롱도르 시상식(프랑스 파리 에펠탑)에서 발롱도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호날두가 946점으로 1위, 메시가 670점으로 2위였다. 1956년 프랑스 축구 전문지 프랑스풋볼이 만든 발롱도르(프랑스어로 황금 공)는 매년 기자단 투표를 통해 세계 최고 축구 선수를 선정한다. 역사와 권위에서 'FIFA 올해의 선수'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호날두가 다섯 번째 발롱도르를 들어 올리면서 라이벌 메시와 수상 횟수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호날두와 메시의 5회 수상은 발롱도르 최다 기록이다. 미셸 플라티니(프랑스), 크루이프, 마르코 판 바스턴(이상 네덜란드)이 나란히 3회 수상했다.
발롱도르를 두고 호날두와 메시가 벌인 '10년 전쟁'은 그 어떤 축구 경기보다 흥미진진하다. 호날두는 2008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정상으로 이끌며 그해 발롱도르의 주인공이 됐다. 2009년부터는 메시가 4년 연속 발롱도르 트로피를 들었다. 둘은 이후 호날두가 2013~2014년, 메시가 2015년, 다시 호날두가 2016년 발롱도르를 가져가며 엎치락뒤치락했다. 올해 호날두는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함께 5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지난 6월 유벤투스와 벌인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4대1 대승을 이끌었다.
10년 이상 팽팽한 라이벌 구도를 이룬 호날두와 메시는 축구 스타일에서 큰 차이점이 있다. 메시는 169㎝의 작은 키를 장점으로 활용한다. 낮은 무게중심의 그는 짧은 보폭으로 드리블의 속도와 방향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상대 수비진을 농락한다. 왼발 킥의 정확도도 갈수록 높아져 최근엔 프리킥으로 골망을 가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키 186㎝의 호날두는 시원하게 치고 나가는 드리블이 일품이다. 큰 보폭에서 나오는 폭발적 스피드로 상대 수비를 순식간에 제친다. 나이가 들면서는 골문 앞에서의 침착함이 더해지며 '득점 기계'로 진화하고 있다. 오른발 발등 전체로 공 한가운데를 차는 '무회전 프리킥'이 전매특허다. 호날두는 프로 무대에서 16시즌 동안 541골을 터뜨렸고, 메시는 14시즌을 뛰며 524골을 기록 중이다.
호날두는 5번째 발롱도르를 수상한 뒤 "최고 레벨에서 몇 년 더 활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메시와의 경쟁이 계속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