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손 고 이구의 부인 줄리아 리(본명 줄리아 멀록)가 지난달 26일 사망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진 가운데, 이들 부부의 이야기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독일계 미국인인 줄리아 리는 1950년대 후반 미국 뉴욕에서 이구와 만났다.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설계사무소에 재직 중이었던 줄리아는 직장 동료 중에 눈에 띄는 동양 청년을 눈여겨봤다.
줄리아가 이구에게 빠진 이유는 8살이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진중한 그의 성격 때문이었다고 한다. 사랑에 빠진 이구와 줄리아는 1958년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이구와 줄리아 부부는 일본에 머물던 영친왕과 이방자 여사의 요청으로 1963년 함께 귀국해 서울 창덕궁 낙선재에 머물렀었다.
줄리아는 종친회의 외면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며 이혼을 강요 받기도 했다. 푸른 눈의 이방인 세자빈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과 후사를 잇지 못한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였다. 더욱이 이구는 낙선재가 싫다며 집을 나가 호텔 생활을 하며 줄리아와 별거 생활을 했다. 결국 1982년 이들은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게 됐다.
이혼 뒤 줄리아 리는 '줄리아 숍'이라는 의상실을 경영하며 복지사업을 해나갔다. 이후 1995년 하와이에 새 정착지를 마련해 한국을 떠났다. 이구는 2005년 7월 16일 도쿄의 옛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에서 주검으로 발견됐고, 그의 유해가 20일 국내로 들어와 장례를 치를 때도 줄리아 리는 초대받지 못했다. 줄리아 리의 임종은 낙선재 시절 입양한 이은숙(지나 리)씨가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