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떡볶이 코트'라 불리는 더플코트(Duffle Coat·사진)는 고등학생 전유물로 여겨지지만, 성인 남성이 입기에도 손색 없는 훌륭한 겨울 코트다. '떡볶이 코트'란 별명은 '토글(toggle)'이라는 독특한 여밈 단추 때문에 생겼다. 뿔이나 나무로 만든 크고 길쭉한 단추는 빨간 국물 사이에 허옇게 배를 드러낸 떡볶이와 흡사하다.
더플코트란 이름은 벨기에 두펠(Duffel) 지역에서 생산한 울 원단으로 처음 만들어지면서 붙었다. 1890년대부터 영국 해군 병사들에게 공급됐다. 두툼한 울 원단은 해군 병사들이 매서운 겨울 바닷바람으로부터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큼직한 토글 단추는 언 손에 두툼한 작업용 장갑을 끼고도 쉽게 여밀 수 있었다. 커다란 삼각형 모자는 챙 넓은 해군 모자나 두툼한 털모자를 쓰고도 머리에 뒤집어쓰기 용이해 더욱 인기였다.
더플코트는 2차 대전 당시 영국의 버나드 몽고메리 장군이 즐겨 입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며 유명해졌고, 전쟁 후 민간에서도 입기 시작했다. 1960 ~70년대 유럽에서 학생이나 지성인들이 즐겨 착용하면서 '생각 있고 행동하는 젊음'을 상징하게 됐다. 대서양 건너편 미국에서는 아이비리그 학생들의 겨울 교복으로 채택되며 학구적이고 젊은 느낌을 전달하는 대표적 겨울 코트로 자리 잡았다.
더플코트는 영국 해군에 공급되던 캐멀(낙타 털과 비슷한 황갈색) 색상이 본연의 멋을 풍긴다. 감색·빨강·초록 등 짙은 색 터틀넥 스웨터와 기가 막히게 잘 어우러진다.
정장 차림에도 의외로 어울린다. 선명한 사선 무늬 넥타이와 함께 입으면 우중충한 날씨에 당신을 단연 돋보이는 멋쟁이 오빠로 업그레이드시켜 줄 것이다. 배우 숀 코너리는 영화에서 우아하면서도 힘 있는 캐릭터 묘사에 더플코트를 자주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