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영어를 잘하는 멤버죠? 영어를 독학으로 배웠다고 들었는데 어떤 방법을 쓴 거죠?"

지난 27일(현지 시각) 방송된 미국 NBC 간판 토크쇼 '엘런 디제너러스 쇼'(엘런 쇼)의 진행자 엘런 디제너러스(59)가 한국의 7인조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 리더 RM(본명 김남준·23)에게 건넨 첫 번째 질문이다. RM은 "NBC 시트콤 '프렌즈' 덕분"이라며 "제가 열네 살, 열다섯 살 때 한국 부모들이 자녀에게 '프렌즈'를 보여주는 게 일종의 신드롬처럼 번졌다"고 했다. RM이 "나는 (그 신드롬의) 피해자"라고 농담을 덧붙이자 웃음이 터졌다.

방탄소년단은 27일(현지 시각) 미국서 방송된 NBC TV‘ 엘런 디제너러스쇼(사진)’뿐 아니라 ABC TV‘ 지미 키멜 라이브’(29일 방영), CBS TV‘ 더 레이트 레이트 쇼’(다음주 방영 예정) 등 지상파의 인기 토크쇼에 연달아 출연한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19일 미국 '아메리칸뮤직어워즈(AMAs)'의 축하 무대를 시작으로 한·미 양국에서 화제 몰이를 하고 있다. 이날 방송된 '엘런 쇼'를 비롯, ABC '지미 키멜 라이브'와 CBS '더 레이트 레이트 쇼(The Late Late Show)'도 녹화를 마치고 방영 대기 중이다. 모두 회당 평균 시청자가 100만명 이상인 인기 프로그램들이다. 방탄소년단은 ABC의 신년 특집 방송 '딕 클라크스 뉴 이어스 로킹 이브(Dick Clark's New Year's Rockin' Eve) 2018'에도 출연한다. 5년 전 싸이도 이 방송에 출연했다. 방탄소년단의 미국 시장 공략은 막 걸음마를 뗐다.

◇토종 멤버들의 유창한(?) 영어 실력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화제인 건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영어 실력이다. 멤버 모두 유학 경험이 없는 순수 '토종'이지만, 현지에서 영어로 인터뷰할 때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이 시청자를 놀라게 한다. 특히 원어민 못지않게 영어가 유창한 RM은 한국 학부모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RM은 초등학교 때 4개월간 뉴질랜드에 체류했던 게 해외 경험의 전부. 그는 "'프렌즈'를 처음엔 한국어 자막, 두 번째는 영어 자막, 세 번째는 자막 없이 시청하면서 공부했다"면서 "시트콤뿐 아니라 힙합 음악의 노랫말을 해석해가며 공부한 덕에 자연스레 영어 실력이 늘었다"고 했다. 방탄소년단 팬 카페와 인터넷 커뮤니티엔 "RM의 영어 공부법 좀 알려 달라"는 문의 글이 매일 올라온다.

슈가, RM, 제이홉, 진, 뷔, 정국, 지민(왼쪽부터) 등 방탄소년단이 지난 15일‘지미 키멜 라이브’에서 사전 녹화 공연을 하는 모습.

RM뿐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주눅 들지 않는다. 유창하진 않지만 아주 쉬운 단어와 문장으로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전달한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어 인터뷰 영상엔 영어권 사용자들이 "귀엽다" "다 알아들을 수 있다"는 등의 댓글을 수백 개씩 달고 있다.

◇1주일새 미국 유튜브 조회 80% 증가

방탄소년단에 대한 미국 내 관심은 데이터로도 증명된다. 지난 19일 AMAs 공연 이후 1주일간 유튜브에 올라온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 등 관련 영상 조회 수가 약 1900만회에 달했다. 앞서 석 달간 평균 주간 조회 수가 1000만~1100만회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8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트위터 팔로어도 1주일 만에 30만명 이상 늘었다. 지난 5월 22일 빌보드어워드에서 '톱소셜아티스트'상을 받은 뒤 트위터 팔로어 수가 6개월 만에 두 배로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더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4일 공개한 신곡 '마이크 드롭(MIC Drop) 리믹스 버전'은 이틀간 애플 아이튠스의 '톱송(Top song)'차트 1위를 했고,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3일 만에 2700만회를 넘겼다. 남은 건 12월 빌보드 차트 성적이다. 미국 언론들은 '마이크 드롭'이 빌보드에서 가장 중요한 싱글 차트인 '핫(Hot) 100'에서 몇 위를 기록하느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9월 발표했던 '디엔에이(DNA)'는 67위까지 올랐다. 한국 가수 중 최고 기록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기록한 2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