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저무는 한 해를 추억하기 좋은 때다. 아름다운 풍광의 겨울 바다를 찾는다면 동해, 범위를 좀 더 좁힌다면 지명만 들어도 설레는 강릉시 정동진이 답이 될 수 있다.
◇해안단구의 비경, 모래시계공원 등 볼거리 풍성해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에 있는 어촌마을 정동진은 1995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 유명세를 탔다. 특히 이곳의 정동진역은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간직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1999년 '모래시계공원' 등 명소가 조성되면서 전국적인 해돋이 명소로 이름을 높였다. 최근 정동진의 유명세를 더하고 있는 곳은 바로 '정동심곡바다부채길'. 정동진 썬크루즈 리조트 주차장에서 강동면 심곡항을 잇는 2.86km의 해안 산책길로,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놓은 지형이다. 이곳을 걷노라면 약 2300만 년 전 한반도의 지각변동으로 지반이 융기된 흔적이 담긴 해안단구(천연기념물 제437호)와 기암괴석을 만난다.
모래시계공원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대형 모래시계(지름 8.06m, 폭 3.2m, 무게 40톤, 모래 무게 8톤)와 대형 청동해시계(높이 7.2m) 등 볼거리가 많다. 공원 내 증기기관차와 총 180m 길이의 객차 7량을 활용해 만든 '정동진시간박물관'도 인기다. 침몰 순간 멈춰 타이타닉호의 침몰 시각(1912년 4월 15일 오전 2시 20분)을 알려주는 회중시계를 포함해 각국의 희귀 시계 전시는 물론이고 시간과 관련된 과학·예술 등 여러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이밖에도 아름다운 바닷가를 둘러보는 '정동진 레일바이크'(현재 시설 보강으로 운행 중단, 12월 중순 재개 예정)와 관광 보트 등 다채로운 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
◇오죽헌, 선교장 등 역사의 숨결 간직한 명소도 있어
정동진의 비경과 명소를 둘러보았다면 이제 강릉시로 발길을 돌려본다. 조선시대 상류층 가옥을 대표하는 '선교장'과 동해·경포호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경포대', 전 세계 명품 축음기와 텔레비전, 에디슨의 발명품 등 5000여 점이 전시돼 있는 '참소리축음기 에디슨과학박물관',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태어난 '오죽헌' 등 명소가 즐비하다. 정동진에서 강릉시로 북상하는 길에도 이름난 곳이 많다. '하슬라아트월드'는 드넓은 바다를 조망하는 하늘 전망대와 야외 조각공원 등으로 유명하다. 신라시대부터 사찰이 있었던 곳으로 알려진 '등명락가사'는 바닷가 언덕에 있는 사찰로 일출 명소다. 1996년 9월 북한 잠수정이 침투한 곳에 조성된 '강릉통일공원'에는 당시 좌초한 북한 잠수정을 비롯해 한국 육해공군의 군사 장비들이 전시되어 분단의 상흔을 고스란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