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중 왼손잡이의 비율은 10~13%. 그런데 일부 스포츠의 최정상급 플레이어 중에는 이 비율을 훨씬 능가하는 왼손잡이들이 존재한다.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투수 클레이튼 커쇼, 중국의 여자 탁구 세계 챔피언인 딩닝, 크리켓 선수 와심 아크람도 그들 중 한 명이다.

왜 그런 것일까. 독일 올덴버그대 플로리안 로핑 교수는 22일 영국 학술원의 생명과학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서 “공을 던지고 치기까지의 시간, 서로 라켓을 마주 치기까지의 시간이 짧을수록 왼손잡이가 유리하다”고 발표했다.

야구에서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판단해 치기까지의 '시간압박'은 여러 스포츠 중에서 가장 심했다.

로핑 교수는 “이 ‘시간 압박’이 강한 스포츠일수록, 최상급 선수에서 왼손잡이 비율이 높았다”며 “이는 일반적으로 왼손잡이 선수의 행동방식에 익숙하지 않아 그들과 경쟁할 때 최적의 대응 전략을 마련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연구에서도 왼손잡이가 일부 스포츠에서 우세한 이유를 ▲왼손잡이의 좌·우뇌 회전이 빠르고 ▲상대의 허(虛)를 찌르는 데서 유리하고 ▲선수들이 일반적으로 오른손잡이와 경쟁하기 때문이라는 등의 설명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으로는 ‘왜 모든 스포츠에서 ‘왼손잡이’가 유리하지는 않은지’를 설명할 수 없었다.

로핑 박사는 야구·배드민턴·스쿼시·테니스·탁구 등의 종목에서 상위 선수 100명을 조사해 왼손잡이 비율을 따졌다. 그랬더니 야구는 최상위권 투수의 30% 이상이, 여자 탁구선수의 19%가 왼손잡이였다. 반면에, 남자 배드민턴과 남자 스쿼시의 최상위 선수 중 왼손잡이는 각각 13%, 8.7%에 그쳤다.

그는 이 비율은 공을 던지고 치기까지, 두 선수의 라켓이 맞대응하기까지의 ‘시간 압박’과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런 시간 압박은 야구에서 가장 심했고, 크리켓, 탁구 순이었다.

로핑 박사는 결과적으로 일부 스포츠에서 왼손잡이 선수가 유리한 ‘핵심적’ 이유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외에, 전략과 선수 고유의 기량 등 다른 요소들도 영향을 준다.

그러나 함께 연구한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심리학·의학교수 크리스 맥마너스는 “왼손잡이의 장점은 ‘최상위권(elite) 선수’들에 한정된 얘기”라고 못박았다. 경기가 급박하고 예상 밖으로 빠르게 진행될 때, 왼손잡이의 장점이 빛을 발하는 것이지 아마추어 선수들에겐 왼손잡이의 장점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