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 등 미국 유명 담배회사들이 스스로 “담배가 건강에 지극히 해롭다”는 내용의 광고를 미국 3대 지상파 방송과 주요 신문에 일제히 내보냈다.
담배 판매에 방해가 될 수 있는 광고를 내보낸 것은 연방법원의 명령 때문이다. 11년 전 법원이 담배회사에 담배 해악 광고를 내보내라고 명령한 것에 항소하며 질질 끌다가 언론 매체 환경이 변하고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자, 한꺼번에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필립모리스 등 유명 담배회사들은 26일(현지 시각) NBC·ABC·CBS 등 미국 3대 지상파 방송을 통해 "담배로 매일 1200명씩 사망한다. 담배는 폐암·구강암 등을 일으키며 출산 저하도 유발한다. 안전한 담배란 없다"는 내용을 담은 광고를 내보냈다. 주요 일간지에도 비슷한 내용의 광고들이 게재됐다.
ABC 등에 따르면 이날 담배회사들이 낸 신문 전면 광고에는 흡연 경고 문구와 함께 “살인·에이즈·자살·마약·교통사고·음주 그리고 이를 다 합친 것보다 흡연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며 “연방법원은 담배회사인 R.J 레이놀즈·필립모리스·알트리아·로릴라드에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문구를 포함하도록 명령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미 암학회·미 심장학회·미 폐학회·미 비흡연자권리회 등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담배회사들이 11년 전 법원의 판결에도 미뤄왔던 광고를 드디어 게재했다"고 환영했다.
미 암학회 소속 클리프 더글러스는 NBC와 인터뷰에서 "중대한 순간. 담배회사들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진실을 말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담배회사들이 미국에서 가장 비싼 변호사들을 고용해 이런 심판의 날을 피하려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었다"고 말했다.
2006년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글래디스 케슬러 판사는 “수십 년간 담배회사들이 흡연의 위험성에 대해 소비자를 속였다”며 담배회사들에 담배의 해악에 관한 광고를 담뱃갑 등에 직접 싣도록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담배회사들은 광고 문구·문자의 크기 등 세세한 것을 물고 늘어지면서 11년간 계속된 항소를 통해 시간을 끌어왔다.
결국 담배회사가 담배 해악 광고를 내보냈지만 한 광고 전문가는 NBC와 인터뷰에서 "담배회사들이 11년간 버티는 동안 미디어 환경이 크게 바뀌어 온라인 중심이 됐다"며 "11년 전 판결 당시에는 온라인 매체를 광고대상으로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날 많은 사람이 뉴스를 접하는 온라인에는 담배 해악 광고가 게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담배로 사망하는 사람 수는 약 48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 비용은 연간 1700억 달러(약 185조원)에 이른다.
법원 명령에 따라 해당 광고는 뉴욕타임스 등 전국 50개 이상의 일간지에 일 년간 매주 일요일판 전면 광고로 실릴 예정이다. 또 NBC·ABC·CBS 등 미 3대 지상파 방송에 일 년간 매주 5회가량 방송될 예정이다. 담배회사들이 해당 광고에 쓰는 비용은 82억 달러(약 8조9224억원)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