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숨진 채 발견된 국정원 소속 정모 변호사의 유족들이 정씨의 사망 경위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유족과 변호인단은 24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순 자살로 단정하고 종결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자살인지 타살인지 분명히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정씨는 2013년 국정원의 검찰 수사 방해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23일 검찰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후 2차 조사를 앞둔 지난달 30일 춘천소양강댐 주차장에서 그랜저 승용차 안에 번개탄을 피운 흔적과 함께 숨친 채 발견됐다.
변호인단은 정씨의 죽음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먼저 정씨가 사망 전날 투신을 시도한 바다 수심이 1.5m 내외로 깊지 않았던 점을 지적했다. 변호인단 측은 "수영을 잘하는 정씨가 익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자살 시도가 아닌 자살을 위장한 행동이 아니었는지 의심이 간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씨의 사라진 휴대폰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정씨가 숨진 차량에서는 1대의 휴대폰이 발견됐는데, 정씨는 평소 3대의 휴대폰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변호인단 측은 "사라진 휴대폰 중 1대는 신원불상자가 개통했는데 최근 가족이 전화를 하니 모르는 사람이 받았다"며 "이후 계속 꺼져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법원의 영장을 통해서라도 사라진 휴대전화의 통화 내역을 확보하고 정씨가 사망 전 이동한 구간에 대한 CC(폐쇄회로)TV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또 사망 현장에서 누군가 서류를 담는 보자기를 가위로 자른 흔적이 있는 점, 부검 결과 손에 번개탄 흔적이 없는 점, 정씨의 죽음이 2015년 국정원 마티즈 번개탄 사건과 유사한 점도 의혹으로 제기했다.
변호인단은 "유족들은 타살 가능성에 합리적 의심이 충족된다면 살인죄,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 자살교사, 자살방조 등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라며 "국정원 역시 정씨의 사망원인에 대해 철저한 진상요구와 중요 사건마다 국정원 직원들의 번개탄 자살시도를 반복하는 것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요구했다.
고인의 친형은 "어느날 갑자기 동생이 시신으로 발견됐다. 검찰 조사 이후 동생의 일주일 행적을 다시 돌아보니 마치 짜인 대본·각본처럼 죽는 시늉을 했고, 누군가 와서 죽였는지 의심이 커져갔다"며 "동생이 번개탄을 피우고 억울하게 죽지 않았다는 것을 꼭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유가족은 정씨의 죽음에 대한 의문점이 많다며 시신 인수와 장례절차를 거부하고 있다. 현재 정씨의 시신은 강원대학교 영안실에 안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