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저녁. 서울 모처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 임원들과 주요 금융권 인사들이 집합했다. 이 자리에는 국내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참석했다.
서울 청계천변에 위치한 허름한 외은 지점의 설립 50주년을 기리는 만찬이었다. 미쓰비시 도쿄UFJ은행 서울지점의 참석자들은 금융권에서 이 총재를 비롯해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부행장들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등 민간 은행들의 임원들이 모였다.
재계에서는 롯데 지주의 황각규 사장, 현대자동차의 최병철 부사장 등이 모였다. 국내 대표 철강기업인 포스코도 임원급 인사를 행사에 참석시켰다.
국내 금융계와 재계 인사들이 외은지점 서울지점 창립식에 집합한 이유는 미쓰비시 도쿄UFJ은행의 CEO(은행장)인 마이크 가네츠구(Kanetsugu Mike)가 부행장 3명을 대동하고 방한했기 때문이었다. 일본 최대 금융회사의 수장이 직접 오자 금융권과 재계가 긴장한 셈이다.
한 참석자는 “대기업과 주요 금융사들이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거래하는 글로벌 은행이기 때문에 그 정도 인사들이 모인 것 같다”면서도 “한국은행 총재까지 참석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이 자리에서 미쓰비시 도쿄UFJ은행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우리가 1960~70년대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수행하면서 자금이 많이 필요했을 때 미쓰비시 도쿄UFJ은행이 많은 도움을 줘 오늘날의 대한민국 경제가 있을 수 있었다며 감사한 것이다. 일본이 한 때는 적국이었지만 일본을 모델로 해 국내 경제가 크게 도약할 수 있었던 데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미쓰비시 도쿄UFJ은행은 1945년 해방 당시 국내에서 철수한 후 1967년 서울 지점을 다시 냈고 올해 50년째를 맞았다. 이번에 방한한 마이크 가네츠구 행장은 지난 6월 전임 오야마다 다카시 행장이 사임한 후 행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미쓰비시 도쿄UFJ은행은 미쓰비시은행(三菱銀行)과 도쿄은행(東京銀行), 산와은행(三和銀行), 도카이은행(東海銀行)이 합병해 만들어진 일본 최대의 민간 은행으로 총자산 기준 세계 5위, 일본 1위의 은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