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이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구속적부심에서 석방 결정을 내리자 예상했던 대로 인터넷에서 판사를 향해 '적폐' '처단' 등의 매도가 쏟아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된 부끄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이 매도 행렬에 국회의원이 가세했다. 인천시장까지 지낸 4선의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려 판사의 출신 지역 등을 거론하며 '우병우 성향'이라고 했다. 지금 상황에서 이는 판사 개인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다. 다른 사람의 '성향'을 이렇게 쉽게 규정해 매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국회의원까지 판결에 대한 불만을 이렇게 무도하게 표출할 경우 우리 사회의 법치(法治)는 얼마 안 가 껍데기만 남을 것이다.
판사는 김 전 실장을 무죄 판결한 것이 아니다.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고,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것이다. 모두 대한민국 법에 쓰여 있는 규정 그대로다. 앞으로 재판에서 김 전 실장이 유죄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그런데 그 법 절차를 기다리지 못하고 무조건 당장 감옥에 넣으라고 한다. 지금 이 나라에 혁명이라도 났는가.
송 의원은 책임 있는 집권당 소속이다. 법조인이기도 하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런 의원이 자신의 감정에 맞지 않는다고 판사 신상 털기까지 하는 것을 보면 그 분노와 반감이 상식을 넘어 있는 것 같다. 이 분노와 반감이 제어되지 않고 계속 폭주하고 검찰과 법원이 이에 영합하면 법은 더 이상 법이 아니라 폭력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