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6세 미만 자녀에게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기로 한 가운데, 나이에 관계 없이 1명당 15만원을 공제하는 자녀 세액공제와 중복 지원을 해야 하는가를 두고 국회 조세소위원회가 논쟁을 벌였다.

지난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가 내년도 세제 개편안과 관련한 회의를 열었다.

◆ 정부 “아동수당 도입 초기, 자녀 세액공제 중복지원 필요”…야당 반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내년도 세제 개편안을 심의하기 위한 두번째 회의를 열고 세액공제 변경과 관련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이날 논란이 된 건 정부가 발의한 자녀 세액공제 축소안(案)이다. 정부는 6세 미만 자녀에 대한 세액공제를 오는 2021년부터 폐지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다. 정부가 내년부터 6세 미만 자녀에게 월 10만원의 보편적 아동수당을 지급하기로 했기 때문에 재정과 세제의 중복 지원을 막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의원들은 "아동수당이 도입되는 내년부터 지원대상이 겹치는 6세 미만에 대해선 자녀 세액공제를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제도 도입 초기라고 아동수당을 못 받는 사람이 대거 생겨나는 것도 아닌데 중복지원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추경호 위원장은 "정부가 아동수당과 자녀 세액공제를 3년 중복으로 허용해주겠다는 건데, 3년으로 시한을 정한 이유가 있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최 실장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일몰기간을 설정할 때 2~3년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렇게 정했다"고 답했다. 논쟁이 치열해지자 이 안건은 다음 회의 때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 “고소득자에 혜택 집중” 의료·교육비 세액공제 축소될까

의료비 세액공제를 변경하는 안을 두고도 조세소위 의원 간 의견이 갈렸다. 현재 정부는 총 급여액의 3%를 초과해 사용한 의료비에 대해 15%를 세액공제 해준다. 기본공제대상자에 대한 공제한도는 연 700만원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액공제율을 15%에서 20%로 올리는 안을 제안한 반면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은 공제범위를 총 급여 4% 초과로 축소하고 공제한도는 연 500만원으로 줄이는 법안을 냈다.

박주현 의원은 "정부의 조세지출 중 의료비 지출로 인한 게 1조원이 넘어 너무 많고, 고소득자일수록 혜택이 급속도로 늘어난다"면서 "평균 공제대상 의료비가 205만원이기 때문에 공제한도를 500만원으로 줄여도 거의 대부분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공제 축소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의료비는 필수적인 비용이고 현재 의료비 세액공제를 적용 받는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 대비 17%로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언주 의원은 "정부가 보편증세를 안하면서 보장성을 강화하는데 (정부 재정이)감당이 안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면서 "증세를 하던지 공제라도 축소해서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도 "핀셋 증세 한다고 하면서 한쪽에선 (세금) 깎아주는 정책을 확대, 유지하는 게 바람직 한가"라고 말했다.

반면 엄용수 한국당 의원은 "소득세나 법인세 핀셋증세를 추진하는 마당에 감면, 공제를 줄인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큰 틀 안에서 세수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비 특별세액공제를 두고도 조세소위엥서 격론이 벌어졌다. 현재 정부는 배우자, 직계비속, 형제자매 등을 위해 초·중·고 및 대학교 등에 지급한 교육비의 15%를 세액공제 해준다. 공제한도는 취학 전 아동과 초·중·고등학생은 300만원, 대학생은 900만원이다.

윤호중 의원은 공제율을 15%에서 20%로 올리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과세표준 3500만원 이하 계층에 대해서만 공제율을 20%로 인상하는 안을 제안했다.

정부는 공제율 인상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고형권 차관은 "현재 반값 등록금 정책이라고 해서 국가장학금과 관련해 약 4조원 가까이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현 의원은 "가계의 교육비 부담이 큰 건 주로 학원비 때문인데 학원비는 공제대상이 아니다"라면서 "취학 전 아동과 초·중학교에는 누리과정, 의무교육이 도입돼 현장학습비나 교복비 등 일부 금액을 공제 받거나 영어유치원이나 사립초등학교, 국제중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계층이 혜택을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반대로 박 의원은 세액공제 대상에서 대학교에 지급한 교육비를 제외하고 공제한도를 취학 전 아동과 초·중학생은 100만원, 고등학생은 200만원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총급여 규모별 1인당 평균 공제대상 교육비는 ▲3000만원 이하는 73만4000원 ▲3000만원~6000만원은 210만7000원 ▲6000만원~1억원은 349만8000원 ▲1억원 초과는 460만5000원으로 소득이 클수록 혜택을 많이 보는 구조이다.

박 의원은 "중학교 이전 아동에 대해선 연 100만원의 세액공제로도 충분히 혜택을 줄 수 있다"면서 "고등학교는 수업료와 저녁급식비 등을 감안하면 200만원이 부족할 수 있는데 250만원 정도로 조정할 수 있다. 대학 등록금은 저소득층에 대한 국가장학금 정책으로 접근해야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제한도 축소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영록 세제실장은 "초·중학교는 급식비 63만원, 방과후 수험료 60만원, 교복비 50만원, 현장체험학습비 30만원 등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비용을 지출 하기 때문에 한도 100만원은 부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초·중학교에 대부분 무상급식이 도입된데다 초등학교는 대부분 교복도 없지 않나"라며 정부의 현황파악 자료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논쟁이 길어지자 추경호 위원장은 "정부가 공제를 축소하면 중산층 교육비 부담이 어떻게 늘어날 수 있는지 점검해보고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