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5.4 지진, 진원지 얕아 체감 진도는 경주때와 비슷

여진 수십차례… 原電은 모두 안전 이상없어 정상가동

지난해 9월 경주 지진(규모 5.8)이 일어난 지 1년 2개월 만인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 한반도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경주 지진에 이어 역대 2위 강진(强震)이다.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진동이 감지됐다. 진앙에서 약 45㎞ 떨어진 월성 원전을 비롯해 경상·강원도 일대 원전은 모두 안전에 이상 없이 정상 가동 중이라고 한국수력원자력은 밝혔다.

무너져내린 옥상벽, 행인에 떨어졌더라면… -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한 건물 옥상 벽이 무너지면서 길가에 주차 중인 차량들을 덮쳤다. 콘크리트 덩어리에 깔린 차체가 종이 박스처럼 구겨졌다. 이날 지진은 1978년 국내에서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2위 규모였다. 기상청은“앞으로 수개월간 여진(餘震)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2시 29분쯤 포항시 북구 북쪽 9㎞ 인근 내륙 지하 9㎞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경주 지진 진앙과는 약 43㎞ 떨어진 곳이다. 이 지진이 나기 7분 전엔 규모 2.2와 2.6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고, 본진(本震)이 일어난 이후 규모 2.0~4.3 여진이 이날 오후 11시 30분까지 33회 일어났다.

이번 지진은 규모(에너지의 양) 면에서는 작년 경주 지진의 4분의 1 정도이지만 "진원지(震源地)가 지하 9㎞로 경주 지진(지하 15㎞)보다 얕기 때문에 체감 진도는 경주 지진과 비슷할 수 있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포항을 비롯한 경북 지역에선 무거운 가구가 움직이는 정도의 진도(震度) 6 수준의 진동이 발생했다. 경남과 강원·대구·부산·울산·충북 지역은 진도 4, 전북 3, 서울 2 등으로 분석됐다. 진도 4는 건물 내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리는 수준이다.

이날 지진으로 포항 일대 건물이 휘청대거나 흔들리자 주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지진이 발생한 곳과 가까운 한동대에선 건물 외벽 벽돌이 무너져 내렸고,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직원 일부는 일시적으로 긴급 대피했다 복귀하기도 했다. 이날 동남아 순방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은 귀국 즉시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소집해 상황을 점검했다.


수능 1주일 연기… "포항 시험장 균열, 여진 우려"

면접·논술 등 大入일정 줄줄이 밀리는 사태

16일 예정됐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 여파로 일주일 연기됐다. 1992년 학력고사 문제 유출로 시험이 19일 연기된 적은 있었지만, 1994학년도 수능이 시작된 이래 자연재해 등 돌발 상황으로 시험이 연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5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안전상 문제로 수능을 일주일 뒤인 23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험표까지 이미 받았는데… ‐ 16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짜가 포항 지진 여파로 오는 23일로 1주일 연기됐다. 사진은 15일 오후 대전 서구 둔원고에서 예비소집에 참석한 수험생들이 수능 당일 유의사항을 읽고 있는 모습.

김 부총리는 "행정안전부와 경북교육청이 포항 지역 등의 지진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수능 연기를 요청했다"며 "학생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 시험 시행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포항 지역 수능 시험장을 전수 점검한 결과, 14개교 중 포항고, 포항여고, 대동고, 유성여고 등 여섯 고교에 균열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작년 경주 지진 당시 다음 날 여진이 46차례 이어졌던 점도 고려했다.

이에 따라 전체 대입 일정도 줄줄이 미뤄지는 등 큰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18일부터 치를 예정이던 대학별 면접·논술 고사가 연기될 수밖에 없다. 애초 12월 6일 예정이던 성적 통지일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16일 대입 세부 일정을 다시 발표할 예정이다.

16일 수능 시험장 학교는 예정대로 휴교하고, 포항 지역은 모든 학교가 휴교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