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수능이 치러졌다. 24일 오전, 수능 답이 공개됐고 '올해는 만점자가 나왔을까' '몇 명이나 될까'하는 궁금증과 기대감이 더해지고 있다. 이쯤에서 궁금한 한 가지. 바로 역대 수능 만점자들에 대한 것이다. 그들은 누구였으며,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여러 기사를 토대로 정리해봤다.

작년 11월 18일 부산 동래구 중앙여자고등학교에서 3학년 교실 칠판에 대학수학능력시험 답이 적혀 있는 모습.

역대 수능 난이도와 만점자 수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은 지난 1994학년도에 처음 시행됐다. 대입시험이 학력평가에서 수능으로 바뀌면서 초반에는 난이도 조정에 애를 먹었다.  이 때문에 첫 수능이었던 1994년부터 1997년까지는 만점자가 한 명도 없었다. 특히 1997학년도 수능은 역대 가장 어려웠던 수능 중 하나로 꼽히며 '불수능'이라는 신조어가 처음 등장하기도 했다.

6차 교육과정이 시작된 1998학년도부터 수능 난도를 하향 조정했고, 1999학년도 수능에서 첫 만점자가 나왔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0년도 수능에서도 1명의 만점자가 배출됐다. 2001학년도 수능은 만점자를 66명이나 배출하며 역대 최악의 '물수능'으로 회자된다. 당시 서울대 특차전형 모집에서 만점자 1명이 불합격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만점자도 떨어진 서울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관련 기사 더보기 ▶ 수능만점자 서울대 불합격…"붙을 것처럼 행세한 것 부끄럽다"]

2002학년도 수능부터 2007학년도 수능까지는 만점자가 종적을 감췄다. 2001학년도 수능의 여파로 수능 난도가 상향 조정됐고, 입시 과열 부작용의 우려로 만점자에 대한 언론 보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 기록상으로는 만점자 없는 수능으로 남았다.

2008학년도 수능도 어렵지는 않았지만, 수능 역사상 유일한 등급제 수능이 되며 만점자 여부를 알 수 없었다. 표준점수/백분위 등이 없이 성적표에 등급만 표기돼 만점의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종적을 감췄던 만점자는 2009학년도 수능에서 1명이 배출되며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전년도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던 2010학년도 수능에서는 만점자가 없었고, 난도가 대폭 오른 2011학년도 수능에서도 만점자는 나오지 않았다.

2012학년도부터는 본격적으로 수능 만점자가 배출됐다. 2012학년도 30명, 2013학년도 6명, 2014학년도 33명, 2015학년도 29명, 2016학년도 16명, 2017학년도에 3명의 만점자가 나왔다. [관련 기사 더보기 ▶ 2017 수능 성적 분석 …'불수능'에도 수능 만점자 3명]

그렇다면, 수능이 시행된 1994년 이래 2017년도까지 역대 수능 만점자들은 모두 몇 명일까. 현황을 알 수 없는 2002~2007학년도 수능 만점자들을 제외하고 만점자는 모두 186명이었다.

일반·지방高生 위한다는 '쉬운 수능'… 효과 없었다

수능 만점자, 그들은 누구?

왼쪽부터 1999학년도 수능 만점자 오승은 씨, 2000학년도 만점자 박혜진 씨, 2009학년도 만점자 박창희 씨, 2015학년도 만점자 대구경신고 이승민(동명이인), 2016학년도 만점자 이영래 군.

대입시험 최초의 만점자는 1999학년도 수능에서 나왔다. 주인공은 서울 한성과학고 재학생 오승은 씨다. 1969학년도에 대입 예비고사가 도입된 이래 30여년 만의 첫 만점자다. 서울대 물리학부에 진학한 오 씨는 당시 수능 대비용으로 정리한 자신의 과목별 노트를 '오승은의 수능 노트'라는 제목으로 7권의 책을 내기도 했다.

오 씨는 서울대를 3년 6개월 만에 졸업하고 MIT로 유학을 떠나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하버드대 의대로 건너가 박사후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시스템 생물학에 발을 들였다. 지난 2013년 동물 성장판의 세포와 뼈 길이 사이의 관계를 밝혀내며 '네이처(Nature)'에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뭐하러 남을 이겨요? 새로운 걸 해야지"… 수능 만점 오승은의 미국 도전기]

이듬해 만점자는 대원외고 재학생 박혜진 씨다. 박 씨는 서울대 법대 출신의 법조인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서울대 법대로 진학했다. 지난 2005년 제4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현재는 김앤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더보기 ▶ 또 여학생! 대원외국어고 박혜진양 "수능 만점"]

2009학년도 수능 만점자는 서울 환일고 재학생 박창희 씨다. 박 씨는 재학 시절 교내에서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였다. "의대에 진학해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와 함께 서울대 의대로 진학했다. [관련 기사 더보기 ▶ 수능 '전 과목 만점' 박창희 "학원 가기보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 많이 가져"]

2012학년도 수능 만점자는 모두 30명이었는데 그중 24명만 신상이 밝혀졌다. 이 중 19명은 서울대로 진학했다. 나머지 5명은 각각 연세대 2명, 고려대 1명, 경희대 1명, 어느 대학으로 진학했는지 밝히지 않은 불명 1명이다. 또, 30명 중 6명이 용인외고(現 외대부고)에서 나와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2015학년도 수능 만점자 중에는 3명의 이승민이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 중 2명은 출신 고교까지 대구 경신고로 같았다. 세 명의 이승민은 모두 서울대 의예과에 진학했다.

2016학년도 수능 만점자는 모두 16명이었고, 전원 서울대로 진학했다. 2017학년도 수능 만점자는 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과 학교가 공개된 사람은 울산 학성고에 재학 중이었던 이영래군 뿐이다. [관련 기사 더보기 ▶ 2016학년도 수능 만점자 4人의 이야기]

역대 수능 만점자들의 어록

그래픽=이은경

수능을 준비하는 힘든 시간을 거치고 최고의 성적을 거둔 만점자들은 수능 전후 어떤 말을 남겼을까. 우리를 놀라게 하기도, 감탄하게 하기도 했던 그들의 어록을 모아봤다.

■ "H.O.T가 뭐죠?"
1999학년도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서울 한성과고 오승은 양의 어록이다. 그는 수능 직후 당시 한 인터뷰에서 "가수 H.O.T를 좋아하느냐?"라는 질문에 "H.O.T가 뭐죠?"라고 답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H.O.T는 당시 '빛'이란 곡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아이돌 그룹) 또, "어떻게 만점을 받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모르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하며 수능 레전드 어록을 남겼다.

■ "EBS 문제집만 풀었어요"
서울 환일고 박창희 군은 'EBS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2009학년도 수능에서 만점을 받고, 그 비결에 대해 "EBS 문제집이 많은 도움이 됐다. EBS 방송은 한 번도 못 봤지만 문제집은 다 풀어봤다"고 말했기 때문. 가장 어려웠던 수리 영역에 대해 묻자 "문제는 40분 만에 다 풀었는데 남은 시간동안 친구들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설명해줄까 고민했다"고 답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 "아는 것만 다 나와 운이 좋았다"
강원 원주고 이민홍 군은 2013학년도 수능 만점자다. 그는 당시 수능 난이도에 대해 묻자 "(찍은 것 없이) 다 풀어서 맞췄어요…아는 것만 다 나와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만점 비결에는 "다른 친구들처럼 학원도 다니고, 인터넷 강의도 듣고, 독서실도 다녔다"는 평범한 답변을 내놨다. 이후 KBS의 한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해 "여자친구가 생겼다"며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 "나는 입시제도에 불만이 많은 학생이었다"
2015학년도 수능 만점자인 부산 대연고 이동헌 군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로 화제가 됐었다. "저는 입시제도에 불만이 많은 학생이었습니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에는 "이제 원하던 대학에 갈 수 있을 정도의 성적을 얻었다… 이기심이나 특권 의식을 갖지 않고, 모순적인 사회를 바꿔 보고자 했던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 이동헌 군의 소감문 전문 보기]

■ "제대로 풀지 못한 문항이 없어… 가채점 뒤 환호성 질렀다"
청주 세광고 서장원 군은 2015학년도의 또 다른 수능 만점자다. 그는 "제대로 풀지 못한 문항이 없어서 마지막 교시 시험을 치르고 기분이 괜히 좋았다" "가채점을 통해 모든 문제를 맞힌 것을 확인한 뒤 환호성을 질렀다"며 수능 만점의 소감을 밝혔었다. 재학 중 'EBS 장학퀴즈 제왕'으로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는 그는 후배들에 조언해달라는 말에 "시험을 망칠 수는 있지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답을 했다.

■ "I.O.I 전소미의 힘이 컸다"
2017학년도 수능 만점자인 울산 학성고 이영래 군은 "교과서 위주로 준비했다"는 전통의 답변을 한 바 있다. 하지만 그의 또다른 한 마디는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는데, 스트레스 해소법을 묻는 질문에 "I.O.I 전소미의 무대를 보며 긴장을 풀었다"고 답한 것. 이후 한 방송에서 전소미와 영상통화까지 하며 '성공한 덕후'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관련 기사 더 보기 ▶ '문제적남자' 전소미, 수능만점자 팬 위해 깜짝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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