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의 측근들이 한국e스포츠협회 후원금을 빼돌리는 데 조직폭력배 배모씨가 핵심 역할을 했다고 동아일보가 13일 보도했다.
배씨는 폭력조직 ‘구로구 식구파’ 소속으로 전 수석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에 따르면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아 답보 상태였던 전 수석 수사는 올해 1월 배씨가 도박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서 수사를 받으면서 급물살을 탔다.
검찰은 도박 혐의로 배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했고, 휴대전화를 살펴보다가 배씨가 전 수석의 측근 윤씨와 수상한 통화를 한 녹취파일을 발견했다. 녹취파일에는 배씨가 평소 ‘동네(서울 동작구) 친구’로 알고 지내던 윤씨에게 “‘돈세탁’한 현금 8000만원을 차 안에서 전달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녹취파일은 전 수석이 명예회장을 맡고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에 롯데홈쇼핑이 낸 후원금 3억원의 비밀을 푸는 결정적 단서라고 매체는 밝혔다. 롯데홈쇼핑이 e스포츠협회에 낸 후원금이 다시 전 수석의 측근에게 흘러간 윤곽이 배씨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배씨는 e스포츠협회에서 1억1000만원을 빼돌려 돈세탁한 뒤, 자신과 관련된 업체 두 곳을 동원해 세금 등 각종 비용을 뺀 8000만원을 윤씨에게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배씨와 윤씨, 전 수석의 또 다른 측근 김모씨를 업무상 횡령과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지난 10일 구속했다. 검찰은 배씨가 향후 전 수석 사건의 실마리를 풀 ‘키 맨’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배씨를 상대로 자금세탁을 맡은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e스포츠협회 자금 횡령 건 외에도 배씨가 전 수석 측 정치자금 관리에 추가로 도움을 줬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검찰은 롯데홈쇼핑이 e스포츠협회에 3억원을 건넨 것과 별개로 전 수석에게 건넨 것으로 보이는 수백만원어치 ‘기프트 카드’도 뇌물로 보고, 전 수석을 소환해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기프트 카드를 전 수석의 자녀가 자신이 다니는 학교 주변에서 사용한 뒤 포인트 적립까지 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와 전 수석의 자녀가 직접 연결될 수 없는 관계인 만큼 전 수석이 이 카드를 자녀에게 건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