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검사외전'이 자신의 책 내용을 무단으로 도용했다며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던 전직 검사가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검사였던 홍경령(52) 전 검사가 영화 '검사외전'의 이일형 감독을 상대로 제기한 2억 원대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고 13일 보도했다.

홍 전 검사는 지난 2002년 10월 말 파주 '스포츠파' 조직폭력배 관련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도중 피의자가 검찰 수사관들에게 맞아 숨진 사건에서 가혹행위를 통해 자백을 받아내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했다.

홍 전 검사는 지난 2013년 자신이 기소된 사건 내용이 담긴 자전적 에세이 '어느 칼잡이 이야기'를 펴냈다. 그런데 홍 전 검사는 2016년 개봉한 영화 검사외전이 자신의 책 내용을 허락 없이 가져다 썼다고 이의를 제기, 이 감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홍 전 검사가 문제 삼은 부분은 영화 속 주인공 변재욱(황정민 분)이 수감되는 과정이다. 영화에서 변재욱은 조사 도중 피의자를 숨지게 해 구치소에 들어간 전직 검사로 그려진다.

해당 소송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 이흥권)는 최근 홍 전 검사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사망하면서 주인공 검사가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는 기본 스토리가 홍 전 검사의 책 내용과 유사하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피의자가 사망한 경위, 재판 과정과 수감 이후 주인공 행적에 대해서는 판이하다고 판단했다.

홍 전 검사의 책에서는 수사 도중 수사관이 잠시 잠든 사이 한 피의자가 도망갔고, 이에 흥분한 일부 수사관들이 홍 전 검사 몰래 다른 피의자를 심하게 폭행해 과다출혈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영화에서는 변재욱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차장검사가 조사가 끝난 취조실에 몰래 들어가 천식을 앓던 피의자를 때리고 의료 기구를 빼앗아 피의자가 사망했다.

재판부는 또한 홍 전 검사가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데 비해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점, 홍 전 검사는 구치소에서 원예부에 배속돼 국화를 키우며 지낸 반면 변재욱은 교도관과 제소자들의 법률문제를 해결해주면서 교도소 내 권력자로 떠오른 점도 작품 줄거리상 차이점으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또한 "검사가 피의자 사망으로 교도소 생활을 시작하는 부분은 전체 영화 2시간 분량 중 27분에 불과하며, 검사가 한치원(강동원 분)의 사기꾼 자질을 이용해 재심으로 누명을 벗게 되는 과정이 영화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캐릭터가 유사하다는 홍 전 검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강직한 성격의 검사(어느 칼잡이 이야기) 캐릭터는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 널리 사용되는 추상적 유형"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홍 전 검사의) 에세이가 특별히 유명세를 치렀던 것도 아니고 판매 부수도 상당히 적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