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하루 거래 28조 3000억원...소비축제에 신유통 혁신+오락 결합
온⋅오프라인 소비 경계 허무는 체험 선사...구멍가게도 디지털 업그레이드 유도
수출⋅투자 주도형 中 경제 소비 주도형 변신 주역 중산층 소비 키우는 촉매제
장면 1 상하이 징안다위에청(精安大悅城) 쇼핑몰 4층의 중국 의류 알라인더로스 매장.여성 고객이 고른 원피스를 거울 앞에서 흔든다. 가상의 모델이 이를 입은 모습이 화면에 뜨자 흡족한 표정의 고객은 화면의 QR코드를 긁어 결제를 하고 배송처리한다. 가오스위앤(高思原) 지점장은 "10월부터 상하이와 항저우 등의 6개 매장에 설치했는데 반응이 좋다"며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현장에서 마음에 든 옷에 부착된 QR코드를 긁어 온라인으로 11일에 주문이 이뤄지도록 예약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이 매장은 알리바바의 신유통 기술로 온・오프라인을 통합해 맞춤형 쇼핑 체험을 제공하는 스마트스토어중 하나다. 알리바바의 스마트스토어는 중국 334개 도시 10만여개로 광군제 할인행사에 일제히 참가했다.
장면 2 같은 쇼핑몰 1층에 임시로 설치된 미국 미용 제품 클라리소닉 팝업스토어.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 모바일판에서 취득한 광군제 할인권을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해서 상품을 뺄 수 있는 자판기와 줄을 서지 않고도 제품 체험을 하고 할인쿠폰을 취할 수 있는 증강현실(AR) 코너가 눈길을 끈다.
로레알차이나의 정량(鄭亮) 클라리소닉 브랜드 총감은 “광군제 판촉기간(8~12일)에 시범적용하고 있는 신유통 기술”이라며 “내년 쯤 정식매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광군제 행사에 맞춰 클라리소닉처럼 중국과 해외 브랜드 100여개가 알리바바와 손잡고 52개 쇼핑몰에 60개의 신유통 체험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광군제를 하루 앞둔 10일 둘러본 상하이 매장의 모습이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 회장이 지난해 내세운 신유통의 현장 사례들이다.
“과거의 광군제는 전자상거래가 웃으면 실물경제가 우는 국면을 만들었지만 신유통 덕에 전자상거래와 실물경제가 모두 좋은 윈윈 국면을 만들고 있다”(중국 일간 신경보 11일자 사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신경보(新京報)는 신유통을 통한 광군제의 변화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19대) 보고에서 강조한 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과 실물경제간 심층적 융합이라는 공급측 개혁에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매년 11월 11일 광군제 할인행사는 신기록 행진을 거듭하는 거래액의 외형적 성장으로 주목을 받는다.올해에도 알리바바의 온라인쇼핑몰 텐먀오(天猫⋅티몰) 기준으로만 전년 대비 39.3% 증가한 1682억위안(약 28조 2912억원)을 기록했다.
알리바바가 솽스이(雙11)로 부르는 광군제 할인행사는 하루 동안의 축제가 세계 2위 경제권의 성장동력을 고도화하고 있는 혁신요인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소비축제에 혁신과 재미(오락)를 더해 일으킨 소비 붐이 투자와 수출이 이끌던 중국 경제를 소비 주도형 구조로 바꾸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군제, 온⋅오프라인 소비경계 무너뜨리는 신유통 실험 무대”
차이종신(蔡崇信) 알리바바 부회장은 10일 광군제 미디어 브리핑에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마음에 든 치마인데 치수 맞는 게 없어 QR코드를 긁어 티몰에서 주문한 뒤 배송을 요청하면 온라인 소비인가 오프라인 소비인가"라며 "신유통으로 온⋅오프라인 소비 경계가 무의미해졌다"고 말했다.
실제 10일 찾아간 신선식품 할인 매장인 허마셴성(盒馬鮮生) 상하이 다닝점에선 출구에서 안면 결제를 하는 고객이 있는 가 하면 진열대에 있는 상품의 QR코드를 긁어 결제한 뒤 배송을 요청하는 고객 등 다양한 결제방식이 혼용되고 있었다. 3km 이내 고객에게 30분 이내 배송을 보장하는 허마센성은 상하이에 13곳 등 중국에 20개 매장을 운영중이다.
올해 광군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끊김없이 연계되는 신유통 체험을 확산시키는 무대가 됐다. 올해 100만개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상들이 14만개 브랜드 1500만종 제품을 갖고 알리바바의 광군제 할인행사에 참여했다. 알리바바의 스마트스토어와 팝업스토어 뿐이 아니다.
알리바바가 빅데이터로 상품 구성을 추천하고 상품 공급까지 대행하는 링샤오퉁(零售通)서비스에 가입한 기존 슈퍼마켓 60여만개와 이 가운데 텐먀오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편의점으로 변신시킨 4000여개의 텐먀오샤오뎬(天猫小店)도 이번 할인행사에 참여했다.
알리바바는 올 8월 구멍가게와의 상생 프로젝트 일환으로 항저우에서 개인 슈퍼마켓을 텐먀오샤오덴 1호점으로 변신시켰다. 내년 3월까지 이를 1만여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중국 전역 600만여개의 구멍가게 가운데 월 판매액 1만위안(약 168만원)이 넘는 곳이 대상이다.
◆빅데이터 AI가 맞춤형 소비...C2B 시대 앞당겨
광군제에 선보인 신유통 배후에는 빅데이터와 AI가 있다. 알리바바가 상하이엑스포 센터 5층에 마련한 솽스이 미디어센터 대형전광판엔 수시로 실시간 데이터 분석 그래프가 올라왔다. 상하이의 구체적인 빌딩의 구매력까지 확인할 수 있고, 중국 도시 별로 어느 나라 제품을 많이 구매하고, 어느 나라 여행을 선호하는지도 분석될만큼 상세하다. 5억명의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알리바바의 힘이다.
크리스 텅 알리바바 최고마케팅담당임원(CMO)은 “데이터뱅크가 맞춤형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반”이라고 말했다. 특정 상품에 대해 먼저 인지하고 관심을 보인 뒤 구매하고 로열티를 갖는 게 일반적인 소비 흐름인데 이 과정에서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맞춤형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설명이다.
마윈 회장이 주창해온 C2B(고객 대 기업)시대의 도래를 앞당기는 건 데이터 처리 기술만이 아니다. 고객의 질의에 답해주는 점원 역할을 365일 24시간 수행하는 가상 고객서비스 로봇, 고객에 맞는 패션을 제안하는 AI, 립스팁을 바르지 않고도 사전 체험이 가능한 매직 미러, 스마트폰으로 패션상품을 착용한 자신의 모습을 미리 볼 수 있는 모바일 가상 피팅룸, 가구 배치한 뒤 모습을 미리 온라인에서 체험할 수 있는 시나리오 쇼핑 등의 기술도 알리바바의 스마트 스토어 등에 적용돼 맞춤형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알리바바 관계자는 “과거 점원은 하루 최고 230명의 고객을 상대할수 있었지만 가상 고객서비스 로봇 프로그램은 이번 광군제 사전 구매기간(10월 20일부터 11월10일) 하루 평균 350만명의 고객에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 “소비는 오락이다”...중국판 할리우드+실리콘밸리 융합
알리바바는 올해에도 광군제 카운트타운(11월11일 0시)을 앞두고 10일 19시 40분부터 갈라쇼를 진행했다.상하이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서 진행된 갈라쇼에선 현장의 참석자와 생중계를 한 저장 선전 베이징TV 등 3개 TV채널과 온라인동영상 요우쿠 시청자들이 알리바바의 모바일 타오바오(淘寶)와 메신저 딩딩(釘釘) 등을 이용해 올해 거래액 맞추기 등 다양한 게임에 참여했다. 무대에 선 스타들과 함께 가상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놀이도 등장했다.
알리바바가 갈라쇼에서 뿌린 ‘디지털 훙바오(紅包·세뱃돈이나 보너스를 담은 붉은색 돈 봉투)’만 2억7000만 위안(약 454억원) 에 달했다. 갈라쇼 시작 2시간여만에 4000만명이 참여하는 등 열기가 달아올랐다. TV프로그램에서 특정 브랜드의 노출을 막을 만큼 간접광고를 금지하는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장쯔이(章子怡),니콜 키드만 등 유명 배우와 테니스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 유럽 축구 스타 루이스 피구, 미국 그래미 어워드 수상가수 퍼렐 윌리엄스 등이 분위기를 달궜다. 갈라쇼가 끝날 무렵 마윈 회장은 자신이 주연으로 나선 단편 무술 영화 ‘공수도’의 주요장면이 상영된 뒤 함께 출연한 전쯔단(甄子丹), 우징(吳京),리롄제(李連杰) 등 액션스타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알리바바의 스마트 스피커에 도입된 AI 비서인 티몰지니가 내는 퀴즈를 푼 참가자나 시청자에겐 3000여개 브랜드들이 협찬하는 경품과 할인 혜택이 제공됐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총괄감독을 맡은 할리우드 프로듀서 데이비드 힐은 할리우드의 오락과 실리콘밸리의 기술적 요소를 융합한 ‘쇼’를 만들었다는 평을 받았다.
차이종신 부회장은 “알리바바가 쇼핑을 오락으로 바꿨다”며 작년부터 시작한 AR을 통한 가상 고양이 잡기 놀이를 사례로 들었다. 알리바바와 협업한 오프라인 매장에 가야 나타나는 가상의 고양이를 잡으면 디지털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도록 해 고객의 동선을 매장으로 유도했다.
2013년 광군제 때 오프라인매장에서 ‘디지털 홍바오’캐시백을 처음 제공한 알리바바는지난해 AR게임형 훙바오 받기 놀이, VR(가상현실)쇼핑, ‘See Now, Buy Now(한편으로 보면서 한편으로 구매’ 패션쇼를 도입했다. 올해에도 진행된 패션쇼는 7개 TV와 동영상 채널을 통해 패션쇼를 보면서 원하는 의류와 액세서리를 살 수 있도록 안배했다.
◆소비 주도 경제구조 전환의 공신
광군제의 거래액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배경엔 3억명이 넘는 중산층 소비자가 있다. 차이종신 부회장은 “소득 증대로. 더 좋은 상품과 더좋은 생활을 원하는 중국의 중산층이 수출과 투자 주도 경제를 소비 추동형 경제로 바꾸는데 기여한다”고 말했다.
중국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 안팎으로 미국의 70%에 크게 못미친다. 차이 부회장은 “12조달러 규모의 중국 경제에서 40%는 4조5000억달러 수준”이라며 “비중이 70%까지 오르면 7~8조달러 규모로 소비시장이 성장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비 잠재력를 시현하는 건 광군제 보다 더 좋은 행사가 없다”며 “예전엔 인사할 때 밥 먹었냐고 물었지만 지금은 어떤 물건 샀냐고 묻는다”고 전하기도 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의 디지털 업그레이드를 유도하는 신유통은 “전자상거래 급증은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기 보다는 기존 오프라인 소비를 대체하는 수준”(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 교수)는 지적에 대한 반박이라 할 만하다.
물론 광군제의 문제점도 적지 않다. 중국 당국이 공개 단속에 나설 만큼 미리 가격을 올린 뒤 광군제에 맞춰 할인 이벤트를 하는 눈속임 할인행위가 여전하고, 인터넷에 많이 노출된 젊은 층의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받는다.
신유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개인정보 침해도 논란거리다. 11일 크리스 텅 알리바바 CMO와의 미디어 브리핑에선 ‘오프라인 매장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 고객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취하는 게 문제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의가 이어졌다.
텅 CMO는 “구글과 페이스북도 온라인에서 고객의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알리바바가 하려는 건 이를 오프라인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특정 개인정보보다는 유형별 그룹정보를 분석한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