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모함 3척이 참가하는 한·미·일 동해상 훈련이 우리 정부 반대로 무산되고 오늘부터 한·미, 미·일 훈련이 각각 실시된다. 이번 훈련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에 맞춰 한·미·일 3국이 북핵 사태 유사시에 대비하기 위해 제안됐다. 우리 작전 구역에서 미 항모 전단을 중심으로 3국이 함께 훈련하자는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이 훈련은 최근 우리 정부가 중국에 밝힌 '3불(三不)' 정책에 '한·미·일 군사 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포함된 후 좌절됐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군에는 3불 정책을 확대 해석해 3국 군사 협력도 축소하려는 듯한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외교부 장관 발언으로 3불 정책이 공식 표명됐을 때 예상됐던 일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일본과 동맹을 맺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한반도 유사시 우리를 도와줄 미군 증원 전력의 태반이 일본에 있다. 사실 일본에 있는 미군 전력의 존재 이유 자체가 한국 지원이다. 또 일본은 잠수함 감시 등 일부 우리보다 앞선 대북 감시 정찰 자산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한·일 정보보호협정도 맺어져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일본과의 군사 협력을 이렇게 백안시해도 우리 안보에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인가.

애초에 중국에 3불 입장 표명을 한 것 자체가 비전략적이었다. 스스로 주권을 훼손하고 외교 지렛대를 없앤 아마추어 행태였다. 미국은 명백하게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주한 미 대사설이 있는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국가 안보와 관련한 미래 옵션 배제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전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한국 정부는) 한국과 미국 사람을 바보로 아느냐"고 했다.

한·미 공동 언론 발표문에 '아시아·태평양' 대신 들어간 '인도·태평양' 표현에 우리 정부가 뒤늦게 문제를 제기한 것도 너무 아마추어적이다. 동의하지 않으면 사전 협의 과정에서 걸러야 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서울을 떠나자마자 '아니다'고 하고, 그것도 외교 담당도 아닌 경제보좌관이 나섰다. 외교를 이렇게 해도 되나.

지금 정부 외교는 당장 눈앞의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밖에 없는 듯하다. 혹시 시 주석을 불쾌하게 만들까 노심초사하는 게 눈에 뻔히 보인다. 한국은 대국은 아니지만 그렇게 작은 나라도 아니다. 중심을 잡고 원칙을 지키며 국익의 우선순위를 잘 가리면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의 국력은 갖고 있다. 지금 정부 외교는 가진 것마저 놓아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