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끝자락의 고경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의 연기 인생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 화려했고 강렬했고 롤러코스터를 탄 듯 오르락내리락했다. 기쁜 순간이 컸던 만큼, 힘든 시간도 깊었다. 전성기 후엔 꼭 그 대가처럼 시련이 다가왔다. tvN <SNL코리아>, OCN <신의 퀴즈>, tvN <응답하라 1988>, SBS <질투의 화신>, tvN <시카고 타자기> 등 굵직굵직한 작품의 주연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고경표. 하지만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들로 불필요한 이슈를 끌었다. 누군가를 감싸거나 저격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힌 일로 사달이 난 것이다. 하지만 다 과거일 뿐. "소셜미디어 활동이 부질없다는 걸 느꼈어요"라고 밝힌 고경표. 이젠 연기로만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종영한 KBS2 <최강 배달꾼>으로 그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최강배달꾼>은 어떤 작품이었나요? 배우들의 연기 합이 좋았어요. 드라마 자체가 밝고 긍정적이어서 배우들끼리 돈독했죠. 저도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첫 타이틀롤 소감이 궁금한데요. 책임감이 컸어요. 8년 만에 처음 맡은 타이틀롤이잖아요. 저란 사람으로 하여금 현장 분위기도 좋아야 할 것 같았고 모든 것을 잘 해내고 싶었어요. 다행히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잘 해낼 수 있었죠. <최강 배달꾼>은 근사한 촬영장이었어요.
<최강배달꾼>에서 연기한 최강수는 어떤 인물인가요? 착해 빠졌어요. 드라마를 준비할 때는 마냥 착한 사람으로 이해했어요. 연기하면서는 '똘기 충만한 청년' 같았어요. 그 안에서 성장했고 차분해졌죠. 최강수를 연기하면서 '이러나저러나 착하게 사는 게 마음 편하구나'를 느꼈어요. 좋은 심성을 가지고 살자는 생각을 했죠. 작품도 해피엔딩으로 끝났고 주변 인물들도 밝고 착한 사람들이었어요. 그 안에서 시너지를 느꼈죠.
<최강배달꾼> OST도 불렀습니다. 큰일 났다고 생각했어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앞으로 개인 팬미팅에서 의무적으로 불러야 할 노래가 생긴 거잖아요. 제 노래를 제가 연습해야 하는 상황이 왔어요. 컴퓨터 손길이 많이 닿은 노래라 부담이 크죠. 처음이자 마지막 곡이 될 거예요. 명반으로 남길게요.(웃음)
<최강 배달꾼>으로 칭찬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댓글을 다 봐요. 그런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정말 좋았어요. 김기두 형과 촬영할 때 실시간 포털사이트 댓글을 봤거든요. 그런데 많은 분이 호감을 보여주시더라고요. 이런 적 처음인데 신기했어요. 작가님이 잘 써주셔서 가능한 일이었어요. 최강수를 연기할 수 있어 영광이에요.
악플에 상처를 받나요? 상처요? 이젠 잘 안 받아요. 그러려니 해요. 그분들의 삶도 존중하려고 하죠. 이유 있는 비판이나 근거, 타당성 있는 비판은 받아들이려고 하고요.
요즘 소셜미디어 활동을 자제하는 것 같습니다. 자중하는 것보다 제가 그 행동에 대한 타당성을 찾지 못해요. 사실 저는 주관적이고 꽉 막힌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논란을 겪으면서 '내가 과연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생각하게 됐죠. 내 말에 상처받는 사람들은 어땠을까요? 민망하고 부끄러웠어요. 사실 전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이에요. 그 누구도 타인을 비판할 자격은 없죠. 저도 악플러와 다를 게 없었어요. 논란을 겪고 나니까 악플러들의 삶도 열린 마음으로 포용하고 이해하려고 해요. 사실 공감능력이 높으면 그런 일은 으레 안 하게 되죠. 전 늦게라도 깨달아서 다행이에요.
공효진, 임수정 등 여배우들과도 친하다고요? 생각날 때마다 연락하고 마음을 솔직하게 전달하려고 해요. 고마우면 고맙다고 연락을 하고요. 공효진, 임수정 선배님은 큰 의지가 된 분들이에요. 저를 잘 챙겨주시는 게 감사하죠. 저도 더 잘하고 싶어요.
<응답하라 1988> 저주에 대해 들어봤나요? 그런 의미를 부여하는 것조차 바람직하지 않아요. 그 사례에 해당하는 사람은 뭐가 되는 거죠? 배우들이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시청률이 많든 적든, 일정 부분을 함께 공유하는 거니까 그냥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시청률이 안 나온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죠.
<응답하라 1988> 촬영 땐 어땠나요? <응답하라 1988> 중반부터 <꽃보다 청춘>으로 아프리카에 갈 때까지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었어요. 약도 먹었을 정도로 심각했죠. 당시 신원호 감독님께 민폐를 끼친 게 내내 마음에 남아요. 지금은 나아졌어요. 그런 일들을 겪으며 내 의견을 고집하기보단 타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또 내가 존중받기 위해선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죠. 절대 당시의 사고방식으로 살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시트콤 <감자별> 당시 '짤'들도 최근 다시 화제인데요. 저와 관련된 '짤'이 많이 생겼더라고요.(웃음) 절 유쾌한 사람으로 봐주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소셜미디어 등에 다시 등장하던데 신기한 마음도, 반가운 마음도 들어요. 최근 제 영상이 100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것도 신기하죠.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짤'이에요. 대중이 나를 기억할 수 있는 포인트가 생겨 기분이 좋아요.
꾸준히 성장하는 배우 같습니다.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자책하는 버릇이 있어요. 보다 못한 소속사 대표님께서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넌 정말 멋진 배우'라고 칭찬해주셨을 정도죠. 집에서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주어지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어요. 이뤄놓은 건 언제든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배우라고 해도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특별한 직업인 거지, 특별한 사람은 아니죠.
군 입대 시기도 다가옵니다. 군 입대, 공백에 대한 불안감은 없어요. 단지 부모님이 많이 걱정되죠. 연세가 있으셔서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시거든요. 제가 집에 없으면 노심초사 걱정하실 텐데 걱정이 돼요. 또 제가 군대를 늦게 가는 편이니까 속상해하실 것 같아요. 그런 것 빼면 군대는 빨리 가고 싶어요. 이 나이 되도록 군대 얘기에 섞일 수 없다는 건 비참한 일이죠. 제 친구들은 대부분 군대를 다녀왔어요.
박보검 씨와 친한데 동반 입대는 어떤가요? 나이 차이가 있어요. 한 살 정도 동생이면 얘기를 해보겠는데 말이에요.(웃음)
박보검 씨와도 친하죠? 박보검은 정말 존경스러운 동생이에요. 심성도 바르고 저를 잘 챙겨줘요. 촬영 중에도 자주 연락이 왔어요. 응원을 많이 받았죠.
<응답하라 1988> 배우들과는 여전히 친한가요? 단체 대화방이 있어요. 여전히 대화가 왕성하게 진행되고 있죠. 류준열, 이동휘 형의 영화 개봉 시기가 겹치는데 시사회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더라고요. 두 형 다 정말 멋진 분들이에요.
류준열, 혜리의 열애는 알았나요? 정말 몰랐어요. 저도 충격이었죠. 티가 안 났거든요. 아무도 몰랐을 거예요. 열애 기사가 나고 <연예가 중계> 인터뷰를 했어요. 두 사람에게 한마디하라고 해서 두 사람만 보고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어요.
연인이 생긴다면 공개 연애할 건가요? 공개 연애는 안 할 것 같아요. 저 편하자고 하는 건 아니니까요. 좋아하는 연인이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조심스럽죠.
'입금 전후가 다른 연예인'으로 꼽혔습니다. 제가 대표적이죠. 할리우드 배우 같지 않아요? 그렇게 언급되는 것이 기뻐요. 이젠 그런 수식어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려고 해요. '입금 전후가 다른 연예인'으로 회자되니까 기쁘고 좋아요. 그렇게 기억해주신다는 게. 전 한 끼를 맛있게 먹었다는 게 정말 행복하거든요. 식탐 부리는 것도 행복해요.
특히 후덕했던 시절 사진이 화제가 됐습니다. 그때는 6개월 정도 일을 쉬었을 때예요. 15㎏ 정도가 확 쪘어요. 매일 술을 마셨고 자기 전엔 콜라 1.5ℓ와 피자 한 판을 먹었죠. 그렇게 살이 쪘으면 공식 행사를 다니지 말았어야 하는데 다 다니다가 사진으로 남겼네요. 이제는 살찌면 절대 공식 석상에 안 가야죠.(웃음)
예능에도 관심이 있나요? 예능은 항상 열려 있어요. MBC <무한도전>, SBS <런닝맨>, KBS2 <1박2일> 등 다 잘 챙겨봐요. 그런데 섭외 연락이 없으세요. <런닝맨>은 출연하고 싶다고도 얘기했는데 안 불러주시더라고요. 언제든 연락 주세요.
마지막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요? 좋은 추억을 많이 쌓고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굳이 좋은 사람이려고 노력하진 않을 것 같아요. 다만 사람들한테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