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기 사회정책부 기자

최근 코레일의 'ITX-청춘'을 타고 춘천을 다녀왔다. 좌석을 구하지 못해 객차 한쪽에 서서 오는데 비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더 타기 시작했다. 남춘천역·가평역 등을 지나며 가로·세로 3~4m 정도의 공간에 30여명에 가까운 사람이 서 있다 보니 출근길 지하철 같았다. 주변에 함께 서 있던 한 여자 승객은 "(혼잡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검표를 하던 승무원도 승객들의 표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못한 채 승객들 틈 사이로 지나가기에 바빴다. 최근 1년간 ITX-청춘 1회 운행당 탑승한 입석 승객은 평균 82명으로 주로 입석 승객이 몰리는 주말에는 열차가 '콩나물시루'가 될 수밖에 없다.

코레일이 각급 열차에서 입석 승차권을 판매하는 반면 수서발 고속철 SRT를 운영하는 경쟁사 SR는 서비스·승객 안전 등을 이유로 입석 승차권을 별도로 팔지 않는다. 한 교통연구원 관계자는 "KTX 열차 출입구 앞 공간에 입석 승객이 간이 낚시 의자를 놓고 앉아서 가다가 열차를 타고 내리는 승객과 언쟁을 벌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과도한 입석 승차권 판매는 서비스를 도외시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SR가 차별화된 서비스를 가져온 셈이다.

국회 박완수 의원(자유한국당)이 코레일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코레일은 KTX와 새마을호, 무궁화호, ITX-청춘의 입석 승차권 판매로 약 793억원의 적지 않은 수입을 올렸다. 작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KTX 입석 승차권 수입만 약 460억원이다. 운행 구간 증가로 KTX 운행 횟수 자체가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KTX 입석 승차권 수익은 2012년 191억원에서 작년엔 486억원까지 늘었다.

경춘선을 운행하는 'ITX-청춘'.

반면 SRT는 정기권 승객들만 빈 좌석이 없으면 객차와 객차 사이 공간에 서서 가는데, 이 역시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대별로 정기권 판매량을 제한하고 있다. SR 측은 "혹시 모를 사고 등에서 승객을 보호하고, 혼잡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로 입석을 팔지 않는다"고 했다. 서비스 향상과 안전 확보를 위해 수익을 일부 포기한 것이다.

SR와의 경쟁은 코레일의 서비스 개선, 가격 할인 효과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많다. SRT 특실에서 견과류를 제공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하자 코레일도 같은 서비스를 특실에 도입했다. SRT가 KTX 대비 평균 10% 저렴한 가격에 승차권을 팔자 코레일도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SRT 개통 1주년이 되는 오는 12월부터 코레일과 SR의 통합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SR에 고객을 빼앗겨 코레일이 적자 나면 이미 적자 상태인 새마을호·무궁화호 열차 운행이 줄어들 수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현재 철도 경쟁 체제의 장단점을 자세히 분석해 결론을 내야겠지만 경쟁이 아닌 독점이 더 좋은 서비스를 가져온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코레일이 고객을 유인할 더 좋은 서비스를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