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가장 화려한 자문단...세계 시총 상위 10대 기업중 6개사 창업자⋅최고경영자
마윈 마화텅 손정의 저커버그 등 유명 기업인과 왕치산 류허 저우샤오촨 등 中 실세 포진
한국 기업인 한명도 없어...자문⋅강연하며 영향력있는 中인사들과 교류⋅젊은 인재와 호흡

중국 신화통신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10월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칭화대 경제관리학원 자문위원들을 접견했다고 보도했다.

“오늘 아침 하고 싶었던 일은 기후변화에 대한 당신의 글로벌 리더쉽에 고맙다고 하는 것이었다. 기후변화는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이슈중의 하나라고 믿는다. 당신의 도움에 감사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10월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던진 발언중 한 대목이라고 관영 차이나데일리가 최근 전했다. 시 주석이 칭화대(淸華大) 경제관리학원 자문위원회에 속한 해외위원과 중국 기업인들을 접견한 자리에서다.

쿡 CEO는 러브콜과 함께 애플의 중국에 대한 기여도 내비쳤다. “500만개 일자리를 중국에서 지원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중국에서 오랜 세월 발전 시킨 우호와 파트너쉽이 없었다면 할 수 없었을 일이다. 중국에서 계속 있으면서 함께 매우 번영하는 미래를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쿡 CEO는 중국의 개방도 주문했다. “혁신은 개방과 협업으로부터 나온다. 중국이 계속해서 문을 외부세계에 더욱 활짝 열기를 바란다 “ 아이폰 없이도 통화할 수 있는 애플워치의 신기능이 중국에서 최근 차단되는등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 발언이다.

중국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애플은 대규모 투자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올 1분기 7.7%에서 2분기 5.2%로 위축되면서 같은 기간 7.1%에서 12.9%로 급증한 샤오미(小米)에 역전당하며 5위로 밀렸다.

또 다른 시장조사 기관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애플은 올 2분기에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에서 스마트폰 출하량을 전년 동기 대비 3% 늘렸지만, 중국에서는 1% 줄어드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애플은 베이징 상하이 쑤저우 선전에 연구센터를 세우고 구이저우에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하는 등 중국 시장점유율 회복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 시간 정도 걸린 시 주석의 접견에서 쿡 CEO 뿐 아니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도 한마디씩 했다.

신화통신은 이들이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19대)의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하고, 시 주석이 행한 19대 보고가 인상이 깊었으며, 중국의 탈빈(脫貧)성취와 혁신발전을 향한 노력이 찬사를 받을 만하고, 중국의 미래에 충만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CCTV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운데) 사티아 나델라 MS CEO(오른쪽)등이 칭화대 경제관리학원 자문위원 자격으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CCTV에 방영된 시 주석의 접견 장면에는 익숙한 기업의 창업자나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등장한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팀 쿡 애플 CEO,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 회장,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 마화텅(馬化腾) 텐센트 회장, 리옌훙(李彦宏) 바이두(百度) 회장 등도 눈에 띄였다.

칭화대 경제관리학원 자문위원회가 중국에서 가장 화려한 고문단으로 불리는 이유다. 중국 제일재경일보는 전세계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중 6개사의 대표가 이 자문위원회에 소속돼있다고 전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 마이클 코뱃 씨티그룹 CEO,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메리 바라 GM 회장,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 도미닉 바튼 맥킨지 회장, 어윈 마크 제이컵스 퀄컴 창업자, 이데이 노부유키 전 소니 회장, 로버트 더들리 BP CEO 등이 명단에 올라있다.

에릭 마스킨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마이클 스펜스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같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와 제프리 가렛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학장 등 해외 유명 경영대학원장 등도 고문을 맡고 있다.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은 10월27일 2017~2018 학년 자문위원 명단을 발표하면서 4명의 해외 기업인을 추가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마이클 델 델테크놀로지스 회장, BMW 하랄드 크루거 회장, 라탄 타타 타타그룹 명예회장이다. 올해엔 미국 독일 핀란드 스웨덴 칠레 등지에서 20여명의 해외 자문위원이 날아왔다.

이 자문위원회엔 중국의 권력 실세도 포진하고 있다. 칭화대 경제관리학원 초대 원장을 지내고 2000년 자문위원회를 설립한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가 명예주석을 맡고 있고, 왕치산(王岐山) 전 당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명예위원이다.

시진핑의 경제책사로 유명한 류허(劉鶴) 신임 정치국원, 중국 최장수 인민은행 총재인 저우샤오촨(周小川), 마카이 부총리, 중국 재정부장을 지낸 러우지웨이(樓繼偉) 전국사회보장기금 이사장, 궈수칭(郭樹淸)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주석, 류스위(劉士余)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등도 자문위원회 명단에 올라있다. 칭화대 총장과 환경보호부 장관을 지낸 천지닝(陳吉寧)베이징 시장도 자문위원이다.

핀란드 보안 소프트웨어 기업 F-시큐어의 CEO이자 전 노키아 이사회 의장(오른쪽에서 3번째)은 트위터에 칭화대 경제관리학원 자문위원들과 기념촬영 한 사진을 올렸다.

이 자문위원회의 화려한 진용 때문에 외국기업인들로서는 중국 간판기업인들과의 교류는 물론 실세 권력과의 대면(對面) 접촉을 늘리고 중국 비즈니스를 위해 원하는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전할 수 있는 채널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칭화대가 모교인 시 주석은 2013년에도 10월 공산당 18차3중전회 후 베이징 국빈관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20여명의 해외위원들을 만났다.

쿡 CEO는 2015년 9월 시 주석의 첫 미국 국빈방문 기간 시애틀에서 미⋅중 비즈니스 원탁회의와 미⋅중 인터넷포럼에 참가해 시 주석과 잇따라 만난데 이어 백악관 국빈만찬 헤드테이블에 앉아 시 주석과 대화를 나누는 등 3차례 대면접촉을 갖는 공을 들였다.

중국내 서비스가 차단된 페이스북 중국 진출을 추진중인 저커버그는 2014년 이 자문위원으로 선임된 이후 매년 연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지난 10월28일 페이스북에 이 회의 참석을 위해 베이징에 와 있다며 매년 중국의 혁신과 기업가정신 속도를 따라잡는 최고의 길이라고 올렸다. 저커버그는 이날 몸에 센서를 붙여 질병을 진단하는 인공지능(AI)스타트업을 하는 학생들을 만났다며 어떻게 회사를 세워야하는지를 조언했다고 전했다.

칭화대 사이트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이날 강연에서 “성공한 창업자는 처음에 기업을 세우기 위해 창업하는 게 아니고 의미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한다”며 “창업초기의 열정을 유지하고 그 열정을 이용해 주변을 그리고 세계를 바꾸라”고 주문했다.

칭화대 경제관리학원 연례 자문회의 참석차 베이징을 찾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젊은 창업자들과 창업 경험을 공유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은 연례 자문회의 기간 저명인사들의 강연을 진행한다. 베이징까지 날아오는 교통비도 모두 자문위원 스스로 부담토록 한다. 되레 기업인의 경우 일정 비용을 내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중국의 파워엘리트들과 교류하고, 젊은인재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내로라 하는 기업인들이 자문을 맡고 있다.

67명의 자문위원중에 한국 기업인은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보아오포럼 이사로 중국 지도자와의 접촉 채널을 갖고 있지만 주로 해외 정치인 출신이 이사회나 자문단에 속해있다.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은 2008년부터는 칭화대 인사가 한명도 참석하지 않는 비공개 자문회의도 연다. 칭화대에 솔직하고 비판적인 조언을 내놓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