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 앞에 송중기·송혜교 결혼식에 참석하는 '스타 하객'을 보러 온 아시아권 팬들이 늘어서 있다.

31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배우 송중기와 송혜교의 결혼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장 앞은 일본·중국·태국·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지에서 몰려온 팬 250여명이 모여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열에 일곱은 40~50대 중년여성이었다. 행사장 주변에도 사설 경호업체 3~4곳에서 온 40여명의 경호원들이 결혼식 일대를 통제·정리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도 “송중기·송혜교 결혼식 관련해 신라호텔 주변 장충교차로 및 주변 교통을 통제하는 경력을 평소보다 2배 늘렸다”고 전했다.

송중기와 송혜교는 지난해 방송된 KBS ‘태양의 후예’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다. 마지막 방송에서 38.8% 시청률을 기록했을 정도로 인기를 구가했다. 태양의 후예는 중국·일본·대만과 동남아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신(新) 한류열풍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오랜 기간 톱스타 반열에 올라 있던 커플인 만큼 이들의 하객 면면도 ‘초호화’였다. 축가는 옥주현이, 박보검은 피아노 연주를 맡았다. 유아인과 이광수는 차례로 결혼하는 두 사람을 위한 편지를 낭독하기로 예정됐다. 영빈관 정문에서 7m 떨어진 곳에 세워진 안전통제선 너머 빽빽이 모인 팬들은 ‘송송 커플’ 결혼식에 참여하는 한류 스타들을 기다리며 목을 빼고 있었다.

31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 앞에 송중기·송혜교 결혼식에 참석하는 '스타 하객'을 보러 온 아시아권 팬들이 늘어서 있다.

‘송중기·송혜교’보다 인기 많은 ‘박보검·이광수’

이날 결혼식은 ‘송중기·송혜교’보다 ‘하객 스타’들을 보러 온 이가 더 많았다. 일본 도쿄에서 온 아키(여·40)씨는 행사장 주변에 서 있는 경호원과 호텔 직원에게 “어디에 서 있으면 연예인을 볼 수 있느냐”고 더듬더듬 물었다. 아키씨는 15년 전 ‘겨울연가’를 본 이후부터 한국 문화에 관심이 생겨 틈틈이 한국어를 익혔다고 했다. 아키씨는 “지난 주 일요일(29일)에 한국에 도착했다. 멀리서라도 박보검을 보고 싶어 다니는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둘러대고 왔다”면서 “박보검이 하객으로 나온다는 뉴스를 접하고 한 달 전부터 비행기표를 예약했다”고 했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온 료(여·61)씨도 ‘송송 커플’이 아니라 하객으로 참여하는 박보검을 보기 위해 아키씨와 한국을 찾았다. 료씨는 ‘구름이 그린 달빛’을 본 이후 박보검의 팬이 됐다고 했다. 료씨는 “직업이 건물주라 아무 때라도 한국을 방문하는 게 어렵지 않다”고 했다.

31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 앞에 송중기·송혜교 결혼식에 참석한 팬들이 'Ki(송중기의 '기')♥Kyo(송혜교의 '교')'라고 쓰인 응원도구를 들고 있다.

‘런닝맨’, ‘1박 2일’ 같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을 보러 결혼식을 찾아온 이들도 상당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온 방루루(여·18)씨와 고아천(여·20)씨는 누구를 보러 왔냐는 질문에 지체 없이 “광수!”라고 답했다. 루루씨는 “이광수가 결혼식 하객으로 참여한다고 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아천씨는 “상하이에 있는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도 런닝맨에 출연하는 유재석, 하하, 김종국 같은 연예인이 인기가 더 많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와 홍콩 등지에서 IT기업을 운영하는 필리(여·33)씨는 송혜교 절친으로 알려진 조인성을 보러 왔다. 필리씨는 “조인성이 결혼식장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늦게 접하고, 급히 3600달러짜리 비즈니스 클래스 표를 끊고 어제 밤에 서울에 도착했다”고 했다. 필리씨의 옆에 있던 신다(여·40)씨는 “나는 그래도 성격 좋고 키 크고 잘 생긴 이광수가 더 좋다”며 웃었다.

결혼식장 내려다보이는 40~60만원대 ‘시티뷰’ 객실은 滿席

태국에서 온 이촌차녹(여·27)씨는 전날 서울에 도착했다. 숙소는 이날 결혼식이 진행될 신라호텔 영빈관이 내려다보이는 ‘시티뷰’ 방으로 미리 예약해뒀다고 했다. 하루 숙박하는 데만 60만원 가까이 들인 셈이다. 이촌차녹씨는 “송혜교와 친하다는 조인성이 하객으로 온다는 뉴스를 봤다. 조인성을 보고 나면 남편과 서울 투어를 할 계획”이라며 “객실이 비싸지만 일반방은 결혼식장을 내려다볼 수 없고,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싶어 일주일간 남편을 설득해 예약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촌차녹씨의 남편도 이날 반차를 내고 이촌차녹씨와 행사장을 찾았다.

이날 영빈관이 내려다보이는 ‘시티뷰’ 객실은 만석(滿席)이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결혼식을 보려는 팬들의 예약 덕분에 ‘시티뷰’ 객실은 이미 어제부터 다 찼다”면서 “객실이 평소보다 많이 찬 편”이라고 전했다. 일부 중국 언론들은 이 같은 시티뷰가 가능한 객실에서 송중기·송혜교 결혼식 현장을 몰래 촬영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생중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