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혁수의 급식체 특강’은 인기 드라마를 패러디해 10대들의 언어 실태를 꼬집는다.

명사, 합성어. 학교에서 급식 먹는 10대들의 은어란 뜻에서 '급식체(體)'라고 불린다.

최근 방송된 tvN 'SNL 코리아 시즌9'의 코너 '설혁수의 급식체 특강'. 어린 자녀와 의사소통에 문제를 겪던 아빠(정성호)가 '급식체 특강'이라는 인터넷 강의를 시청한다. 역사 강사 설민석으로 변신한 설혁수(권혁수)는 "대표적인 급식체에는 '오지다' '지리다' 등이 있다"면서 "너무 충격적이거나 놀라울 때 '와! 오지고 지리는 부분이다'라고 쓴다"고 설명한다.

용례는 드라마 '도깨비' 속 명대사를 '급식체'로 변형해 보여준다. 원작에서 김신(공유)은 지은탁(김고은)에게 이렇게 고백한다. "너와 함께한 시간은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그냥 적당히 좋아서… 모든 날이 눈부셨다." 그러나 '급식체'를 입히는 순간 사랑 고백은 우스꽝스러운 장난으로 전락한다. "너와 함께한 시간은 모두 눈부신 각이다. 날이 오져서, 날이 오지지 않아서, 날이 그냥 적당히 오져서… 모든 날이 지렸다."

설혁수는 또 "급식체는 '음운 착시 현상'을 이용한 문법을 쓴다"며 최근 1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야민정음'을 소개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의 '야구 갤러리(야갤)'라는 게시판에서 2014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야민정음(야갤+훈민정음)'이라고 부른다. "'커엽다'라고 쓰고 '귀엽다'라고 읽습니다. '커엽다'는 '귀엽다'와 글자 모양이 닮았습니다.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원래 글자와 비슷한 착시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10대들의 심각한 언어 파괴 세태를 꼬집은 이 코너는 포털과 소셜미디어 피드에 뜨겁게 오르내리며 이틀 동안 클립(방송 하이라이트) 조회 수 100만건을 훌쩍 넘겼다. 댓글 반응은 "'급식체' 쓰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일침"이라는 게 중론. 오원택 PD는 "10대들에게 '급식체'가 얼마나 이상한지 보여주려고 만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