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고대 도시 올림피아 헤라 신전에서 한국의 두 번째 올림픽 불씨를 피워 올린 대제사장은 그리스 여배우 카테리나 레후(50)였다. 그의 이름 '카테리나'는 우리와 인연이 깊다.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8년 8월 23일 카테리나 레후와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식으로 성화를 채화한 당시 대제사장 이름이 카테리나 디다스칼루(55)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두 올림픽이 공교롭게 이름이 같은 인물 '카테리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스에서 카테리나는 비교적 흔한 이름이지만 역대 올림픽 성화를 채화한 대제사장 중 카테리나란 이름을 쓴 건 레후와 디다스칼루 둘뿐이다.

2018 평창올림픽 대제사장 카테리나 레후(사진 왼쪽), 1988 서울올림픽 대제사장 카테리나 디다스칼루.

이들을 포함해 헤라 신전의 대제사장들은 그리스 올림픽위원회(HOC)가 직접 선정한다. HOC 산하 성화 봉송 기구에서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배우를 주로 선택한다. 대제사장이 우아한 태도와 몸가짐으로 성화 채화 의식을 '연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얼굴을 알리는 덕분에 대제사장에 뽑히면 그 자체로 인기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29년 전 대제사장 디다스칼루가 서울올림픽 당시 성화와 함께 방한했을 때는 그를 향한 열기가 유명 스타 선수 못지않게 뜨거웠다.

대제사장의 채화 의식으로 시작하는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가 제1회인 1896년 아테네올림픽 때부터 열린 건 아니다. 1928년 암스테르담올림픽 때 자체적으로 피운 '올림픽 횃불'을 처음 안치했고, 1936년 베를린올림픽 때부터 '아테네 성화 봉송' 행사가 시작됐다. 당시 독일을 통치하던 아돌프 히틀러가 국민 선전용으로 성화 봉송을 대대적으로 시행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동계 대회만 따지면 1964년 인스브루크올림픽 때 처음 그리스에서 개최국으로 이어지는 성화 봉송 행사가 열렸다.

올림픽 성화는 일반적으로 대제사장이 오목거울로 햇빛을 모아 불을 피우는 전통 방식으로 채화한다. 악천후로 채화할 수 없을 때는 미리 지펴 놓은 불씨를 쓴다. 24일 평창올림픽 성화도 궂은 날씨 때문에 전에 받아둔 예비 불씨로 불을 붙였다.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도 예비 불씨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