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3일 문재인 대통령 일정을 일주일 단위로 사후(事後) 공개하기로 결정하고 10월 1일부터 이날까지 일정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이 불거지자 '대통령 24시간 일정 공개'를 공약했다. 그러나 외부에 알려진 일정과 내부 회의 외엔 누구를 무슨 일로 만났는지 등을 공개하지 않아, '반쪽 공개'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이날 이미 공개됐던 주요 공식 일정 이외에 '비서실 일일 현안보고' '안보실 업무 현안보고' 등이 추가로 공개됐다. 분(分) 단위까지 공개했지만,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참모와 내용은 밝히지 않고 '비서실 현안 업무 보고' '안보실 일일 업무 보고'라고만 했다. 정부 부처 보고도 '내각(內閣) 보고'라고만 했다.
이날 공개된 일정을 보면 문 대통령은 오전 9시 15분 전후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비서실 일일 현안 보고를 시작으로 하루에 2~4차례 참모 보고를 받았다. 지난 12일에는 외부 일정 없이 집무실에서 '일일 현안 보고' 1회, '업무 현안 보고' 8회 등 총 9번에 걸쳐 비서실 보고를 받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을 준비 중이던 지난 1월 5일 국회 좌담회에 참석해 "대통령의 24시간은 공공재(公共財)이기에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잠자는 시간조차도 직무에 임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통령의 업무 시간과 직무 수행 과정을 국민께 소상히 알려야 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일정으로 그런 내용을 알기엔 한계가 있었다. 또 '대통령의 24시간 일거수일투족을 빠짐없이 공개한다'는 공약 취지와 달리 대통령의 청와대 내·외부 동선(動線)이나 비공개 오·만찬 일정은 빠졌다. 청와대는 경내 출입자 명단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정부 청와대와 큰 차이가 없다.
미국과 일본 정부는 대통령 면담이나 오·만찬에 배석한 참모들의 실명(實名) 등을 포함한 모든 일정을 하루 뒤에 공개하고 있다. 미국은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을 포함한 일정을 영상·사진 등과 함께 공개한다. 일본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전날 일정이 언론을 통해 외부 식사 장소나 참석 명단까지 공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