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4.0 시대 이기는 마케팅

필립 코틀러·허마원 카타자야·후이 덴 후안 지음|김민주·이엽 옮김|한국경제신문|420쪽|1만8000원

연결된 세상에서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에 대해 가지는 첫인상은 그가 속한 ‘커뮤니티'에 영향을 받으며 그 커뮤니티는 마지막 인상(태도)에까지 영향을 준다. 연결된 세상에서 충성심은 궁극적으로 그 브랜드를 계속 옹호하는지 아닌지에서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대한 감정과 정보를 활발하게 공유하면서 질문-옹호 관계를 구축한다.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가 아시아 시장 전문가들과 함께 내놓은 신(新) 마케팅 방법론이다. 기술의 발달이 바꿔놓은 마케팅 법칙을 아시아 시장 사례를 중심으로 비교적 쉽게 설명한다.

책은 ‘디지털’과 ‘모바일’이라는 파괴적 기술이 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는 데서 출발한다. 원제도 ‘marketing 4.0: moving from traditional to digital’이다.

미국 가정의 절반이 전화를 설치하는 데는 50년 넘게 걸렸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이 50%가 될 때까지는 겨우 5년이 걸렸다. 5000만명 시대를 여는 데, 라디오는 30년, 페이스북은 12개월이 필요했다. 바뀐 세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연결된 세상'이다.

연결의 시대 이전 소비자들은 ‘4A’라는 비교적인 단순한 과정을 거쳐 물건을 구매했다. 브랜드를 인식(Aware)하고, 좋고나쁘다는 태도(Attitude)를 정하며, 제품을 구매(행동·Act)을 한 후, 제품이 좋으면 다시 구매(재행동·Act Again)했다.

연결의 시대에 소비자의 여정은 복잡해진다. 심지어 사회적이기까지 하다. 소비자 경로는 인식(Aware) →어필(Appeal) → 질문(Ask) → 행동(Act) → 옹호(Adcocate)로 구성된 ‘5A’ 과정으로 바뀌었다.

연결된 세상에서는 지인의 추천이 가장 중요한 인식 경로다. 또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대한 감정과 정보를 활발하게 공유하며 해당 제품에 질문을 이어간다.

만약 내가 추천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지인이 샀는데, 별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인과 관계(사회적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를 옹호하는 것은 ‘사회적 리스크'를 감수한 충성스러운 행동이라는 것이 저자들의 진단이다.

‘와우 요소(WOW factor,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고 흥분시킬 수 있는 요소)’가 있는 제품은 소비자 사이에서 비슷한 감정의 연대를 불러일으키며 옹호로 이어진다.

이러한 경향은 기업에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 이 역시 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전파된다.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결정이 사회적 행위로 변화하고 있다.

결국 기업들은 새 전략과 전술, 즉 ‘뉴웨이브 마케팅(New Wave Marketing)’에 익숙해져야 한다. 가령, 검색을 통해 소비자의 중요한 순간들을 찾아내는 능력, 흥미롭고 몰입할 수 있는 바이럴 마케팅 수행 능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빈곤과 문맹률 퇴치, 건강 증진 등 사회적 목표와 이익 극대화라는 비즈니스 목표를 통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은 좋은 일을 하면서 사업도 잘 할 수 있다"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말처럼 인간 중심의 마케팅이 등장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9장 ‘가치 지표 : 브랜드에서 캐릭터로'도 같은 맥락에서 흥미롭다. 세상이 수평적이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거대 기업’이라는 점을 과시하는 것은 인간미가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

최근 브랜드 마케팅 트렌드는 ‘인간처럼 말하고 인간 같은 성격을 가진,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 무서워하지 않는’, 즉 캐릭터 있는 브랜드를 키우는 것이다. 캐릭터 있는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정서적으로 다가가며 사회 트렌드와 함께 성장, 변화해 나간다.

마카오의 ‘마카오닷컴', 싱가포르의 ‘잘로라', 캄보디아의 ‘아클레다 은행’, 베트남의 ‘비나밀크', 몰디바의 ‘쿠룸바' 등 아시아 기업의 마케팅 사례를 풍부하게 기술한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책에는 전통적인 마케팅과 뉴웨이브 마케팅의 차이를 다양한 표로 명료하게 정리해 놓았다. 당신이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라면, 각 표 항목에 O, X를 표시해보라. 당신 기업의 뉴웨이브 마케팅 수준을 확인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