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는 하루 수백 통씩 장기기증 서약을 취소하겠다는 전화가 쏟아졌다. 질병관리본부 장기기증센터도 뇌사자 장기기증을 취소하고 싶다는 가족들 문의가 빗발쳤다. 실제 일주일 만에 1000여명이 장기기증 의사를 철회했다. 지난해 장기기증자(573명) 두 배 가까운 숫자다. 지난 9일 있었던 한 보도가 도화선이었다. 숨진 아들의 장기를 기증한 허모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장기기증) 수술을 다 끝낸 아들의 시신을 나한테 데리고 가라고 했다"며 "내가 이 꼴을 보려고 (아들의) 장기기증을 결정했나 엄청나게 후회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 이철원 기자

장기기증이 이뤄진 병원에서 2시간여 떨어진 지역 장례식장으로 운구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다는 게 관계자들 설명이다. 병원과 계약을 맺은 장례업체에서 앰뷸런스를 부르고 시신을 차 안까지 옮겼지만, 직원들이 동행하지 않았고 앰뷸런스엔 유족 한 명만 함께 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병원 측은 "고인과 단둘이 장례식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담당 코디네이터도 없는 데다가 차가 많이 흔들려 유족의 감정이 상했던 것 같다"고 했다.

현재 뇌사자가 장기를 기증하면 유족은 진료비 180만원과 장례비 360만원을 지원받는다. 장기이식센터 장기기증지원과 최기호 과장은 "장기기증은 대부분 대형병원에서 하기 때문에 절차는 잘 갖춰져 있는 편"이라며 "다만 아직 우리나라 병원 상당수는 장례 지원에 그칠 뿐 기증자나 유족에 대한 예우는 소홀한 실정"이라고 했다. 그는 "단순히 금전적 지원에 머물 게 아니라 유족에 대한 정서적 지원, 장기기증자에 대한 사회적 추모 분위기가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인구 100만명당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9.96명(2015년). 미국(28.5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미국은 기증자 가족을 위한 추모 행사를 열고 기증자 가족끼리 모임을 갖는 분위기가 활발하다. 지난해 1월 미국 유학 중 교통사고를 당한 한국인 김유나(당시 19세)씨의 장기를 기증받은 27명은 애리조나 장기기증 네트워크에 감사편지를 보내 고인의 부모에게 전달했다.

장기기증자 차별신고센터에는 '간 이식을 했는데 민간보험사에서 보험 가입을 거부한다', '아버지에게 간 이식을 했는데 군에서 승진 때 불이익을 받았다' 같은 상담이 꾸준히 들어온다고 한다. 장기기증자 사후부터 이식 수술, 장례까지 전반적 절차를 담당하는 코디네이터에 대한 열악한 처우도 문제로 지적된다. 늘 인력 부족에 시달리다 보니 장기기증 진행 과정에서 유족의 정서적인 면까지 세심하게 살피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 한 대형병원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는 "통상 장기기증은 30시간 동안 모든 절차가 진행된다"며 "코디네이터가 두 명뿐이라 장기기증이 마무리될 때쯤이면 녹초가 된다"고 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반영해 2009년부터 자체적으로 장기기증자에 대한 예우 절차를 마련했다. 코디네이터가 수술실에 함께 들어가고, 장기 구득(求得)을 마치면 깨끗이 닦은 시신 위에 흰 국화를 놓아준다. 수술 전 의료진은 다음과 같은 기도문을 읽는다.

"잠시 후면 ○○님은 소중한 몸을 아픈 이를 위해 내어주고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지만, 그의 선한 뜻을 기억해주시고 함께 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