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록(41·공사 45기·사진) 공군 중령은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의 교관 조종사를 지낸 베테랑 파일럿(비행시간 1500여 시간)인 동시에 'T-50 수출 역군'으로 평가받는다. 2013년 8월 T-50이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숨졌을 때의 일이다. 사고 자체도 비극이었지만 T-50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구매 계약을 맺은 인도네시아 정부는 납품 연기를 요구했고, FA-50(T-50의 경공격기 버전) 계약 협상 중이던 필리핀 정부는 기종 결정을 보류했다. 수출 무산 위기에서 '기체 결함은 없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국방부는 공군에 "영어 브리핑이 가능한 T-50 조종사를 현지에 급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때 적임자로 발탁된 게 안 중령이다.
안 중령은 이왕근 공군본부 정책실장(현 공군참모총장)과 긴급 출장에 나서 양국의 공군 책임자와 국방·획득 담당 차관을 연쇄 접촉했다. 당시 T-50 제작사인 KAI(한국항공우주산업) 관계자들도 급파됐지만 현지에선 "KAI는 빠지라"며 안 중령의 설명에만 귀를 기울였다. 파상적인 질문 공세에 안 중령은 "나도 아끼는 후배 두 명을 잃어 가슴이 찢어진다. 하지만 이 사고로 명품 항공기의 안전성이 의심받는 건 더 마음 아프다. T-50 교관 조종사로서 자신 있게 말한다. T-50의 성능과 안전성은 내가 보장한다"고 했다.
그러자 현지 군 관계자들은 "순직 조종사들의 명복을 빈다"며 "진정성 있는 설명에 감사하다"고 했다. 이후 지연·보류됐던 T-50과 FA-50의 수출 관련 절차들이 재개됐다. 공군 관계자는 "판매사가 설명하는 것과 조종사가 설명하는 게 확실히 달랐다"며 "진심에서 우러나온 안 중령의 영어 브리핑이 신뢰 회복에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안 중령의 영어 실력은 오래전부터 공군에서 유명했다. 해외 거주·유학 경험이나 체계적인 영어 교육의 기회 없이 독학으로 쌓은 실력이라 더 주목받는다. 안 중령은 "딱히 계기는 없었지만 외국인과 대화하는 걸 좋아했다"며 "생도 시절 주말이면 서울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닥치는 대로 외국인을 만나 말 거는 게 낙이었다"고 했다.
안 중령은 F-5 에서 T-50으로 기종을 바꾼 2007년부터 해외 VIP를 상대로 T-50을 홍보할 일이 있을 때마다 발탁됐고, 2009년 11월에는 제프리 레밍턴 당시 미 7공군 사령관의 사상 첫 T-50 지휘 비행에도 함께했다. 안 중령은 "국가가 내 능력과 경험을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 달려가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입력 2017.10.1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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