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추운 겨울에 발을 따뜻하게 감싸줘 인기가 많은 어그(UGG) 부츠. 그런데 이 ‘어그’의 이름 사용권을 놓고 호주 신발업체들과 미국 회사가 법정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BBC 방송이 18일 보도했다.

국내 많은 이에게도 익숙한 ‘어그(UGG)’라는 신발 이름은 사실 미국 신발 회사가 ‘상표’ 등록을 한 ‘고유명사’다. 그러나 호주에선 일상 생활에서 슬리퍼처럼 신는 양털 부츠를 일컫는 ‘보통 명사’다. 호주의 전통적인 어그 부츠는 1930년대에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블루마운틴에서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의 어그부츠 제조사인 '오스트레일리안 레더'사가 만드는 어그부츠

그런데 호주 멜버른의 쿱스 쇼트 타워를 방문한 관광객들은 이 호주의 상징적인 부츠를 사려고 이 쇼핑몰에 있는 ‘UGG’ 상점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 ‘UGG’ 제품의 본사는 미국 기업인 데커스 아웃도어로, 이를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호주 멜버른에 있는 'UGG 오스트레일리아'의 메인 스토어

게다가, 미국 기업 ‘UGG’는 1999년에 ‘UGG’를 상표 등록하고, 호주에서 이 전통 신발을 만드는 회사들과 법정 공방을 벌였다. 그런데 이번엔 아예 호주 제조사들의 어그 신발 해외 판매를 막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한 것이다.

UGG사는 시드니의 어그 부츠 제조사인 ‘오스트리안 레더’의 창업자 에디 오이그르가 수백만 달러 가치의 상표를 침해했다고 고소했다. UGG사는 어그 부츠의 기원에 대해서도, 호주 출신의 서퍼(surfer)인 브라이언 스미스가 캘리포니아주의 산타 모니카에서 1978년부터 팔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미국 UGG사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호주 어그제조업체 대표 에디 오이그르씨

에디 오이그르는 황당하다는 입장. 그는 BBC에 “어그(ugg)는 부츠의 한 종류일 뿐이다. 우리는 어그 부츠를 근 한 세기 만들어 팔아왔는데, 미국의 한 회사가 그 이름을 상표 등록하고는 우리 비즈니스를 막으려 한다”며, “이번 소송은 나뿐만 아니라 호주 부츠 산업 전체가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호주 아들레이드대의 상표 전문가인 딘 윌키는 “호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2차적 연관성’을 묶어 팔고 있는 것이다”며 UGG사가 소송을 제기할 만하다고 말한다. 즉, 소비자들은 UGG 신발을 사면서 ‘휴가지’ ‘느긋함’ ‘긍정적’과 같은 호주에 대한 일반적인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2차적 연관성’은 경쟁회사들이 이를 모방하는 순간, 그 독보적 가치를 잃게 된다. 따라서, UGG로서는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주 어그 제조업자인 오이그르는 “우리 회사는 매우 작고, 겨우 손익을 맞추는 수준의 회사”라고 말했다. 그는 2009년 이후로는 해외에 단 한 켤레도 수출하지 못했고, 미 UGG사와 소송에 얽히면서, 비즈니스 규모가 더 축소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