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싱가포르 난양공대는 '논문당 피(被)인용(citation per paper) 수' 지표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0점 만점을 기록했다. 이 분야 2위인 싱가포르국립대(86.2점)나 3위인 홍콩과기대(84.4점)와 점수 차이가 10점 이상 벌어졌다. 이들 '논문당 피인용 수' 상위 3개 대학은 학계 평가, 졸업생 평판도, 국제화 수준 등을 모두 따지는 종합 평가에서도 그대로 1~3위를 기록했다. 논문의 질(質)이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논문 피인용 횟수 많은 국내 10대 대학

난양공대는 교수의 업적을 평가할 때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등재했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얼마나 많이 쓰느냐'보다 '얼마나 좋은 논문을 쓰느냐'를 중요하게 보는 것이다. 윤용진 난양공대 기계항공공학과 교수는 "논문을 많이 쓰는 것보다 수준 높은 저널에 실리는 하나의 논문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울대는 논문당 피인용 수에서 아시아 28위(63.8점)에 그쳤다. 2015년 18위, 지난해 24위에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순위가 떨어졌다. 국내 대학끼리 비교해도 6위에 그쳤다. 서울대 교수들은 "최근까지도 논문의 질보다 양에 더 무게를 뒀기 때문"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서울대 공대의 한 교수는 "서울대에 온 지 15년 정도 됐는데, 처음 10년은 (수준 높은 논문보다) 일단 많이 써야만 했다"면서 "질보다 양으로 업적 평가를 했기 때문에 국제 학계에서 논문이 인용되는 횟수도 자연히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피인용 분야 국내 상위 5개 대학은 포스텍(아시아 5위), 카이스트(아시아 8위), 이화여대(아시아 13위), 성균관대(아시아 19위), 광주과기원(아시아 24위)이 차지했다. 하지만 성대를 제외한 4개 대학은 전년 대비 아시아 순위가 2~9계단 떨어졌다.

한국 대학의 논문 경쟁력 약화는 '젊은 두뇌 유출'이 하나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실제 서울대 경제학부에서는 국내외 학계에서 촉망받는 이석배(46) 교수와 이재원(42) 교수가 잇따라 미국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 5년(2011 ~2015년) 동안 서울대를 떠난 교수는 65명에 달한다. 대학 연구실에서 교수와 대학원생 사이를 잇는 '허리'인 박사 후 과정(포닥·Post Doctor)도 낮은 보수, 경직된 학계 분위기 등으로 한국 학계를 벗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애써 영입한 외국인 교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랠프 샌더(54) 전 서울대 미대 교수는 영국 얼스터대학으로 옮기면서 "한국 학계가 너무 낙후돼 있어서 나도 같이 도태될까봐 견디기 어려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