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은 소아탈장으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5살 강 모군에게 ‘뽀로로와 함께하는 가상현실(VR) 수술장 탐험’ 영상을 보여줬다. VR 영상을 본 강 군은 자신감을 얻고 편안한 마음으로 수술실에 입실, 안정적으로 전신마취와 수술을 받았다.
16일 한성희·유정희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가 주축인 ‘가상현실·인공지능을 통한 의학혁신 연구그룹’은 수술실 가상 체험이 소아 환자의 수술 전 불안감을 줄이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그룹은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VR을 결합해 ‘VR 영상의 의학적 효용’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수술과 마취는 소아환자에게 몹시 낯선 경험으로 큰 불안감과 공포를 유발한다. 소아의 불안감은 일회적인 심리상황에 그치지 않고 수술 이후의 심리 및 행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식이장애, 악몽, 분리불안, 분노발작 등의 행동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연구팀은 VR 영상제작 전문회사 더브이알, 뽀로로 제작사인 아이코닉스와 협업해 ‘뽀로로와 함께하는 VR 수술장 탐험’이라는 4분짜리 영상을 제작해 수술 전후 소아환자의 불안 상태를 비교 평가했다.
4분짜리 영상은 애니메이션 ‘뽀로로와 친구들’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수술실의 모습과 마취과정에 대해 설명해준다. 뽀로로 자신이 환자가 돼 수술실에 들어가는 과정부터 수술실 침대에 눕고, 마취로 잠이 드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뽀로로가 수술실을 몸소 경험하면서 수술 준비 각 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해줘 소아 환자들이 수술 과정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영상제작에는 VR영상제작 전문회사 더브이알, 뽀로로 제작사인 아이코닉스도 참여했다.
연구팀은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34명의 소아환자들에게는 VR 영상을 시청하도록 하고 35명의 소아환자에 대해서는 영상 시청 없이 마취와 수술에 대한 안내사항 정보만 전달했다. 두 그룹의 ‘마취 유도 전 불안감’을 비교한 결과 수술 전 VR 영상을 시청하지 않은 그룹(대조군)은 51.7점 이었지만, 영상을 시청한 그룹은 31.7점으로 마취 전 불안감이 40%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환자의 마취를 유도하는 데 VR영상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취 유도에 완벽하게 순응도를 보인 환자는 대조군은 12명으로 34%인 반면, VR영상을 시청한 환자군은 28명으로 82%에 달해 마취과정에 대한 불안감과 이에 따르는 불안행동 역시 크게 감소한 결과를 보였다.
한성희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소아환자의 수술 전 불안감 감소를 위해 진정제 등의 약물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이로 인한 호흡억제, 마취시간 연장 등의 부작용들이 발생할 수있다”며 “이에 반해 VR 영상시청을 통해 수술실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다면 불필요한 진정제의 사용을 피하면서 편안하고 자신감 넘치는 수술 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VR 영상을 이용한 가상체험이 소아환자들의 수술 후 행동방식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VR과 AI를 접목한 최신 장비를 이용한 의료서비스의 의학적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후속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외과학회지(British journal of surgery)’ 11월호 표지 연구로 선정됐으며,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와 미국 뉴스 통신사 UPI 등 세계적 매체에서 보도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