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伽倻)는 과연 연맹체였나. 가야의 전신(前身)인 변한과 가야의 관계는 어떻게 보아야 하나.
'가야사 복원'이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에 선정되면서 가야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전국의 관련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난상 토론을 벌였다. 한국고대사학회(회장 하일식)는 14일 경상남도 창녕군 석리 성씨 고가에서 '가야사 연구의 기본 문제'란 주제로 학술회의를 열었다. 한국고대사학회는 지난해부터 주식회사 YMSA(회장 성기학) 후원으로 가야사 집중 연구를 5년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가장 뜨거운 쟁점은 '가야 연맹체론(論)'이었다. 가야 지역 나라들이 전기에는 가락국(금관가야·김해), 후기에는 가라국(대가야·고령)을 중심으로 연맹체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학설은 이병도 교수가 제기한 이래 통설이 됐고 교과서에도 수록됐다. 하지만 이영식 인제대 교수는 "가야 연맹체론은 천하의 보도(寶刀)처럼 휘둘러졌지만 사회 발전 단계론인지 가야 제국(諸國) 관계론인지 성격이 불분명하고 '연맹'의 개념 정의도 없었다"며 "가야사는 연맹체가 아니라 가락국과 가라국이 중심이 돼 주변 나라들을 통합해 간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세기 대구한의대 명예교수는 "가야사도 정복과 관제 정비를 거치며 고대국가를 만들어간 것"이라며 "금관가야는 제 역할을 못 했고 대가야와 아라가야(함안)는 어느 정도 이런 목표를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가야 연맹체론'을 대표하는 학자인 김태식 홍익대 교수는 "가야의 여러 나라는 대외 관계에서 공동체를 형성했고 가락국 중심의 전기는 경제 공동체, 가라국 중심의 후기는 정치·군사 공동체 색채가 강했다"고 주장했다.
또 한 쟁점은 같은 지역에 시기를 달리해서 있었던 변한(弁韓)과 가야의 관계였다. 이에 대해서는 변한이 가야의 전기(前期)라는 주장과, 가야로 되기 이전의 전사(前史)라는 주장이 대립했다. 문창로 국민대 교수는 "변한과 가야는 죽순과 대나무처럼 연속선상에 있고 문화 담당자나 내용에서 획기적 교체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연장선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보돈 경북대 교수는 "금관가야 중심으로 보면 전기론(論)도 가능하지만 변한 지역 전체로 보면 대가야가 주도하는 정치체로서 가야연맹이 출범하기 이전의 전사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가야의 영역을 호남 동부까지 확대해서 보려는 시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김태식 교수는 "'장수가야'라는 명칭까지 나온 전라북도 장수는 남쪽에 대가야 유물이 많지만 북쪽은 백제 유물이 절반 이상이고, 진안은 백제 유물이 70%가 넘는다"며 "전성기의 대가야 영토가 확대된 것은 맞지만 그 영역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