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특별한 일상을 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부부의 일상을 엿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무려 12만 명을 넘는다.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 ‘__chommy’ 라는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는 결혼 3년차 아내 춈미(가명)씨(28)와 남편 면봉(가명)씨(32) 부부의 얘기다.

남편이 좋아하는 캐릭터 라이언 인형을 숨겨놓았다가 깜짝 선물을 하는 몰래카메라 영상, 부부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를 가지고 놀며 땀나게 춤을 추는 영상이 온라인상에 퍼지며 이들 부부처럼 ‘흥 넘치도록’ 살고 싶다는 부러움이 주를 이뤘다. 이들 부부가 한 영어 강의 업체의 CM송을 따라 부르는 영상이 인기를 얻자 해당 업체의 온라인 광고 출연 제의가 들어와 광고에도 출연했다.

팔로워들을 사로잡는 이들 부부의 매력은 ‘날 것 같은 모습’에 있다. 회식한 남편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나누며 귀가를 재촉하는 모습, 늘어진 티셔츠에 꾸미지 않은 상태로 함께 주말을 보내는 모습에 사람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춈미씨와 이메일로 만나봤다. 이하는 일문일답.


-광고 출연까지 하는 등 인기가 꽤 많다.
"길거리 등에서 팬분들이 반갑게 인사해주시는 것이 즐겁다.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는 재미는 덤이다. '관종'(관심종자의 준말로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끼가 다분한 내 성격 덕분에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 많다."

-남편에게 라이언 인형 몰래 선물하기, 플레이스테이션 게임하기 영상이 공개된 기점으로 팔로워가 급증했다.
"관심을 가져주시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생(生) 날것 같은 영상'이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누가 봐도 친숙한 공간에 거리가 느껴지지 않는 흔한 외모, 그리고 누구든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이 보는 분들로 하여금 친숙한 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고 생각한다."

-'춈미'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면 부부의 이야기, 사담을 담은 글이 대다수다. 마치 '아는 언니'의 계정을 엿보는 기분이 들던데.
"일상의 잡담을 많이 담다 보니 논란이 되는 부분도 있다. 별 뜻 없이 올린 글이 찬반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팔로워 분들이 댓글로 싸우는 상황도 있었다. 그래서 늘 조심하려 하지만 또 그런 조심스러움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 요즘은 편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참 '잘 맞는' 부부라는 생각이 든다.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계기에 대한 질문이 많은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같은 대학교, 같은 연구실에서 만났다. 처음 봤을 땐 정말 싫은 선배 중 하나였다. '깨방정'스러운 모습에 끌리지 않았다. 하지만 같이 지내다 보니 또 그 모습이 좋고 귀엽더라. 나중에는 내가 더욱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자다 깨 헝클어진 머리, 늘어진 티셔츠까지 부부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공개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오히려 과한 연출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오히려 나는 더 담아내지 못하는 게 많아서 안타깝다. 둘이 있다 보면 가끔은 정말 말도 안 되게 웃긴 상황이 많은데 그걸 찍기엔 이미 그 상황이 지나가 버리는 순간이 많다. 최근에는 그런 사소한 순간들을 다 담아내고 싶어서 액션 카메라도 구입했다."

-관심을 끌려는 '관종'같다는 팔로워의 말에 "관종 맞다"고 답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관심 받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동시에 소심하기도 해서 오래 생각하고 깊게 생각하는 편이다. 호탕한 성격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가까이 지내다 보면 호탕하기보다는 사소한 것, 자잘한 것에도 많이 신경을 쓰는 성격인 게 보인다."

-둘 다 평범한 회사원인데 슬슬 알아보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회사에서 많이 알아보신다. 대리나 주임 같은 분들은 또래니까 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부장님'이 보셨다고 했을 땐 사실 깜짝 놀랐다. 남편도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여사우들이 알아볼 때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우리가 게임을 하며 열정적으로 춤춘 모습을 모두가 봤을 생각을 하니 민망하더라."

-10만이 넘는 네티즌 팬의 부러움을 산 결혼 생활의 팁이 있다면.

"팁이라고 할 건 아니지만 결국 끊임없는 배려와 노력이 그 비결인 것 같다. 서로 다른 삶을 살던 둘이 만나 맞추고 살아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생각도 못했던 부분에서 서로 다른 걸 느끼면 그 순간 오는 이질감이 꽤 충격적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생활습관이다. 남편은 샤워를 하고 나오면 꼭 화장실을 청소하고 나오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 물로 씻고 나오는데 청소를 왜 또 해야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작된 언쟁이 꽤 길어졌던 기억이 있다. 말하고 보니 내가 너무 더러운 것 같다(웃음). 결혼 생활을 해보니 왜 이해와 배려가 가장 큰 비결인지 이해가 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