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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를 가능한 한 고유어로 바꾼다'는 '국어 순화(醇化)'의 사전적 개념에 충실하기 위해 새로 만들어진 낱말을 어떻게 봐야 할까? 571돌 한글날을 맞아 한글학회(회장 권재일)가 13일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에서 개최하는 '바람직한 국어 순화 방향' 학술회의에서는 '순우리말을 쓰자'는 국어순화운동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진다.
김문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과장은 언어 대중의 언어의식과 거리가 있거나 언중(言衆)이 이해하기 어려워서 정착에 걸림돌이 되는 순화어를 대량 생산할 소지가 있는 지금의 국어 순화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국어 순화를 이제 '국어 어휘를 언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좀 더 국어답게 사용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할 때 고유어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이미 정착된 한자어·귀화어·외래어도 합당한 순화어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김문오 과장은 "광복 후 일본어 잔재를 청산하고 우리말을 도로 찾는 것이 진정한 독립이자 국민정신 회복이라는 생각에서 추진된 언어순수주의는 국민이 대대적으로 호응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다"며 "이제는 정부나 전문가 주도로 이루어져 온 국어 순화에 언중을 적극 참여시켜서 집단지성으로 판단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그동안 '민족 주체성'에 입각해온 국어 순화의 목적을 '국민 주권 확보'로 옮길 것을 제안한다. '사대주의 대(對) 민족주의'의 틀에서 국어 순화를 바라보면 고유어 위주로 우리말을 다듬는 쪽을 택하게 된다. 이 대표는 이런 민족주의 국어 순화는 우리 국어가 정립되고 정비된 지 70년이 지난 지금은 호소력이 강하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그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고 언어에 따른 차별을 없애는 언어 인권, 언어 민주주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범 대표는 공공 영역이 더 넓고 자유롭게 되려면 정치 언어, 공무(公務) 언어, 언론 언어, 살림 언어, 전문 언어 등 공공 언어가 쉽고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외국어 전문 용어를 국민의 알 권리와 학술 발전 차원에서 순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대로 국어실천운동본부 회장은 전통적인 국어 순화 입장에서 우리 사회의 언어 사대주의를 비판한다. 통일신라 이후 제 나라의 말글보다 남의 말글을 더 좋아하고 섬기는 풍조가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려 한문·일본어·영어가 차례로 숭배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구연상 우리말로학문하기모임 회장(숙명여대 교수)은 "학자가 남들이 잘 모르는 새로운 갈말(학술어)을 쓰는 데서 희열을 맛본다면 그는 말로써 세상을 호령하려는 '학문 갑질쟁이'가 될 뿐"이라며 "우리말로 학문하기가 제대로 되려면 모든 갈말은 제때 우리말로 만들어 모두가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