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7일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명물 화강암석인 ‘엘 캐피탄’의 한쪽에서 수 톤 무게의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떨어져 나가면서 등반을 준비 중이던 영국인 부부를 덮쳤다. 당시 사고로 남편은 숨졌다. 그러나 남편이 순식간에 아내의 몸을 덮으면서 아내의 목숨을 구했다고, 영국 더 타임스가 9월30일 보도했다.
‘엘 캐피탄’은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공원에 있는 900m의 수직 절벽으로, 정상의 높이는 2307m이다. 전세계 암벽 등반 애호가들이 찾는 곳이지만, 모든 루트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1시55분쯤 무려 길이 41m, 폭 20m 크기의 바위 덩어리가 떨어져 나갔다. 당시 엘 캐피탄 밑에선 영국 카디프에서 온 앤드루 포스터(32)와 아내 루시 포스터(28)가 등반을 준비 중이었다. 그들 머리 위로 웬만한 아파트 한 동 크기에 달하는 바위 덩어리가 부서지면서 떨어졌다. 그러나 아내는 갈비뼈 2개 부러지고 폐에 구멍이 나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지만 목숨은 구했다.
더 타임스는 "병원에서 남편의 이모를 만난 아내 포스터가 '앤드루가 내 목숨을 구했다. 사태를 파악하자마자, 급히 내 몸 위로 자신의 몸을 던졌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대변인은 "사고 당시 두 사람은 바위 밑에서 등반 장비를 착용 중이었고, 아직 등반을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두 사람은 사태가 끝난 뒤 엘 캐피탄 베이스의 돌무더미 속에서 발견됐고 남편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떨어지면서 거대한 먼지 폭풍을 일으키는 모습은 그 직전에 엘 캐피탄을 올랐다가 베이스로 내려가고 있던 등반 전문가가 동영상으로 찍어 공개했다. 피터 재브록은 “우리 일행도 바위가 떨어져 나간 부근을 지나서 올랐으며, 내려가는 도중에 마치 화물열차 1000량이 동시에 탈선하는 듯한 굉음이었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만나 결혼한 두 사람은 결혼 1주년 기념으로 요세미티 공원을 3주간 예정으로 찾았다고 한다.
두 사람은 틈틈이 자연에서의 모험을 즐기면서 블로그를 썼으며, 블로그에는 "단지 야외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산에서 모험을 즐긴다"며 "다른 이들에게 자연을 즐기도록 영감을 넣어주고 싶다"고 썼다. 이들을 잘 아는 주변 친지들은 부부는 서로를 정말 사랑했다며, 남편 앤드루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