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 분쟁을 피하기 위한 ‘위장이혼’으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증여세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미 성립한 법률상 이혼을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이 지나치게 많거나 조세회피 목적이 있는지를 따져 적절한 재산분할을 넘어선 부분에만 세금을 매기면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김모씨가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김씨는 1982년 5명의 자녀를 둔 이모씨와 결혼했다. 2011년 3월 위암으로 투병 중인 이씨의 상태가 위독해지자 김씨가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냈다. 현금 10억원과 액면가 40억원의 약속어음 채권을 분할해 준다는 조건으로 이혼 조정이 성립됐다.

김씨는 이혼 후에도 이씨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 사실혼 관계에 있었던 사실을 바탕으로 군인이었던 남편의 사망에 따른 유족연금을 지급해달라고 청구하기도 했다.

세무당국은 이를 바탕으로 김씨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위장이혼한 것으로 판단, 50억원 전체를 사전증여 재산으로 보고 가산세를 포함해 36억여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김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법률상 이혼이라는 외형만을 갖춘 위장이혼이라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진정한 이혼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고 이들의 이혼을 위장이혼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합의에 따라 이혼이 성립한 경우, 그 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당사자 간에 이혼의 의사가 없다고 할 수 없다”며 “이혼이 위장이혼으로 무효가 되려면 누구나 납득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로, 재산의 무상 이전으로 볼 수 없다”며 “이혼이 무효가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은 재산분할이 과다한 수준인지를 심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재산분할이 상당한(타당한) 정도를 넘고 증여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면, 상당부분을 초과한 부분에 한해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