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습지로 유명한 ‘생태수도’ 순천시가 전국에서 어린이가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변신하고 있다. 지난 5월 순천 해룡면 신대지구에서 문을 연 제2호 기적의 놀이터 ‘작전을 시작하-지’의 준공식.

전남 순천시가 전국에서 처음 도입한 '기적의 놀이터'가 세종시에도 재현된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최근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새로운 개념의 놀이터를 조성하기로 하고 그 모델로 순천 기적의 놀이터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가장 인구 평균연령이 낮고 출생률이 높은 도시 특성을 반영한 정책이라고 한다. 젊은 부부가 많아 그것에 맞게 다양한 어린이 놀이시설을 조성하며 맞춤형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 벤치마킹 대상이 인구 27만명의 중소도시인 순천이었다. 행복청은 지난 13일 기적의 놀이터 총괄 디자이너인 편해문씨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앞으로 세부 계획을 세워 기적의 놀이터 도입 시점을 정할 계획이다.

순천 기적의 놀이터는 자연 그대로의 것으로만 꾸민 게 가장 큰 특징. 기존의 틀에 박힌 시설물 위주에서 벗어나 가공하지 않은 자연 소재인 돌(바위)·흙·통나무 등을 배치했다. 시냇물·잔디·언덕·동굴·나무 그루터기 등 자연 상태를 그대로 구성했다. 아이들이 이 자연 소재를 자유롭게 만지고 부대끼면서 스스로 상상하며 창의력과 모험심을 키우도록 유도한 것이다.

전국에서 벤치마킹 오는 '기적의 놀이터'

순천시립 그림책 도서관에서 직접 만든 종이가면을 쓰고 노는 아이들(위 사진). 지난해 5월 순천 연향2지구에서 탄생한 제1호 기적의 놀이터 ‘엉뚱발뚱’ 준공식 모습(아래 사진).

기적의 놀이터 좌우명은 '스스로 몸을 돌보며 마음껏 뛰어놀자'. 이 기조에 맞춰 지난해 5월 순천 연향2지구에서 제1호 기적의 놀이터 '엉뚱발뚱'이 문을 열었다. 이후 1년 만에 지난 5월 순천 해룡면 신대지구에서 제2호 기적의 놀이터가 탄생했다. 놀이터 이름은 '작전을 시작하-지'. 공모 과정을 거쳐 매안초 6학년 홍주원 어린이가 제안한 이 이름이 선정됐다고 한다. 이번에는 자연 소재 외에도 스페이스 네트(우주 그물망)와 워터 슬라이드(물 미끄럼틀) 등 어린이의 도전과 모험정신을 기르는 놀이시설물도 들어섰다. 앞서 순천시는 1호 엉뚱발뚱으로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공공건축 최우수상'과 행정안전부의 '창의행정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엉뚱발뚱에는 그동안 전국에서 200여개의 단체가 벤치마킹을 다녀갔다. 평일에는 200여명, 주말에는 600여명의 어린이와 주민이 찾는다. 2호 '작전을 시작하-지'가 문을 열면서 전국의 교육지원청과 학교마다 소문이 퍼져 초등학교에서 관광버스를 이용해 학생들의 체험학습차 방문하는 경우가 잦다.

세계적인 어린이 놀이터 디자이너인 독일의 귄터 벨치히는 지난 6월 20일 순천 기적의 놀이터 1·2호를 방문하고 "유럽의 선진 놀이터에 비교해서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며 "기적의 놀이터가 대한민국 어린이 놀이문화를 바꿔나가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지난달 말 3호 기적의 놀이터 조성 주민 설명회를 개최했다. 주민 의견을 최종 반영해 설계를 완료하고 11월에 조성을 끝낼 예정이다. 이천식 시 공원녹지사업소장은 "2020년 12월까지 총 10개소의 기적의 놀이터를 조성해 아이들이 행복한 아동친화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기적의 놀이터 10개소 조성 사업비는 33억 6000만원이다.

어린이 정책 선도하는 순천

순천은 어린이가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있다. 어린이 정주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확충해 인구를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조충훈 순천시장은 "우리 순천의 아이가 전국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다양한 어린이 정책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시는 내년부터 전국 처음으로 어린이 간병인 제도를 시행한다. 자녀가 질병·사고 등으로 입원하면 맞벌이 부부와 한부모가정, 다자녀가정 등을 대상으로 간병인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만 3개월 이상~만 12세 이하 아이를 둔 부모가 신청할 수 있다. 시는 관련 사업비 1억2000만원을 확보했다.

지난 7월부터 순천에서 태어난 아이에겐 적금통장이 생긴다. 출생부터 만 4세까지 아이에게 매월 5만원씩을 적금해 총 300만원을 지원하는 '순천아이 꿈 통장' 제도를 시행한 것이다. 최대 60개월 동안이다. 기존 세자녀 이상 가정에게만 지원하던 출산장려금 제도를 변경한 것으로, 첫째 자녀에게도 적용된다. 순천아이 꿈 통장은 '순천에서 태어난 우리 아이의 꿈에 저축한다'는 의미로 일시금으로 받는 출산장려금과는 달리 아이가 순천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적금형으로 지원하는 출산장려금 제도다.

순천에는 국내 첫 어린이·영유아 전용 도서관인 '기적의 도서관'이 2003년 11월 문을 열었다. 그림책을 주제로 특화된 프로그램만 운영하는 전국 유일의 그림책 전문도서관이 2014년 4월 개설됐다. 순천시는 오는 12월 세계가 인정하는 '유니세프 아동 친화도시'로 인정받는 목표를 세웠다. 아동청소년 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를 만들고, 아동 청소년 친화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4개년 계획도 수립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