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마침대 여성들의 운전 금지 조치를 해제한다.

2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CNN에 따르면, 사우디 외교부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여성들의 운전을 허용하는 국왕의 칙령이 발효됐다고 밝혔다. 국왕의 이같은 조치는 이슬람 원로 성직자로 구성된 최고 종교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칙령에 따라 사우디 정부는 즉시 관련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이 위원회는 30일 이내에 칙령 시행을 위한 권고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우디 정부는 오는 2018년 6월 24일까지 여성들에게 남성과 똑같은 운전면허증을 발급할 방침이다.

사우디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들의 운전을 금지한 국가다. 사우디에 여성 운전을 금지하는 명문법은 없지만, 여성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지 않는 방법으로 여성 운전을 불허해왔다. 외국인 여성조차도 사우디에서는 운전할 수 없다. 사우디 여성들이 차를 타고 이동하려면 남성이 운전하는 차에 탑승하거나, 남성 운전수를 고용해야 한다.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사우디와 같이 사막이 많은 곳에서 차가 고장나면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할 위험이 높다", "여성들이 운전석에 앉으면 자유롭게 집을 떠날 수 있다" 등의 이유로 여성들의 운전을 반대해왔다. 이 때문에 사우디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수년간 여성 운전 허용을 위한 캠페인을 벌여왔다. 일부 여성들은 운전을 감행하기도 했는데, 지난 8월엔 남자 옷을 입고 운전하던 여성이 경찰에 적발돼 체포되기도 했다.

CNN은 "이번 조치가 사우디 경제와 여성들의 업무 능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32세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등장 이후 나타난 사우디 개혁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30년까지 사우디의 사회 및 경제 전방위 개혁을 선언한 국가 개조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앞서 빈 살만 왕세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제 여성들도 운전할 때"라며 "여성들의 운전을 막는 것은 교육이나 독립적 정체성의 권리를 금지하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여성들이 받고 있는 부당한 제재를 점차 철폐하고 있다. 지난 23일엔 최초로 건국기념일 축제행사장에 여성 출입이 허용됐다. 사우디에서는 영화관이나 음악회 등의 행사는 물론 공개 장소에 남녀가 함께 있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또 지난 5월엔 여성이 남편이나 아버지 등 남성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목록화하라는 칙령이 발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