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발행하는 채권 신용도, 국가신용등급이란?]

북핵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의 하나인 피치(Fitch) 평가단이 25일 방한해 활동 중이다. 피치 평가단은 기재부·통일부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 상황을 조사했으며 다음 달 국가 신용등급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전직 고위 관계자는 어제 전경련 회의에서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무디스는 이미 지난달 한국의 '이벤트 리스크(사고 위험)' 등급을 두 단계나 높게 조정했다.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국제 지표도 계속해서 경고음을 내고 있다.

과거에도 북핵 문제로 인해 우리의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한 적이 있었다. 200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후 무디스는 한국의 등급 전망을 두 단계나 떨어뜨렸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욱 상황이 좋지 않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어제 "안보와 경제는 동전의 양면인데, 우리 경제에 긴장감이 역력하다"고 했다. 극적인 상황 변화가 없는 한 당분간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은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나라 경제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이다. 당장 금융시장이 불안해진다. 한국의 신용등급 하락은 국제사회에서 '코리아 엑소더스'를 불러일으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북핵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먼저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새 정부의 시장(市場) 무시 정책이 질주하는 상황에서 국가 신용등급까지 하락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미리 치밀한 대응 전략을 만들어 국제사회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 김동연 부총리가 지난주 뉴욕에서 무디스와 S&P사를 방문해 설명한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선 북 NPT 탈퇴 후 당시 청와대 외교보좌관이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경제담당 고위 관리, 국방부 현역 장성 등과 함께 뉴욕·홍콩 등으로 급파했다. 한반도 상황의 이면(裏面)을 소상히 설명하고 안도감을 줌으로써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당시보다 더 심각한 지금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한·미 동맹이 굳건하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알게 해야 한다. 2003년에도 결국은 한·미 동맹을 내세워 신용등급 하락을 막았다. 그때 우리 현역 장성은 군복을 입고 뉴욕 신용평가사와 주요 경제주체들을 만나며 '한·미 동맹 이상 없음'을 역설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미 대통령과 의식적으로라도 더 통화하고 협의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 트럼프가 비록 여러 측면에서 논쟁적인 지도자이나 지금은 그런 개인 스타일을 따질 때가 아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처럼 한·미 양국 외교·국방장관이 한자리에 모이는 2+2회담의 조속한 개최도 시급히 검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