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훈 의원(자유한국당)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비는 연평균 10% 증가했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big)5 병원’의 진료비 증가율은 9.9%였으며 5년 새 1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Big5병원으로 불리는 5개 상급종합병원. 맨 위 왼쪽 사진부터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가운데), 아래 왼쪽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건물 전경

우리나라 전체 병원 수는 2016년 기준 총 8만9919개이며 종합병원은 298개, 상급종합병원은 43개다.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병원 규모 및 유입 환자 비중이 큰 5개 병원을 빅 5병원으로 칭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현재 '종합병원' 건강보험 진료비는 21조 1124억원으로 전체 진료비 64조 5768억원 가운데 32.7%를 점유하고 있다. 이 중 43개 '상급종합병원' 진료비가 종합병원 진료비의 51.8%로 절반 이상이었으며 빅5 병원이 상급종합병원 건강보험 진료비의 34.2%인 약 3조 7000억원을 차지했다.

최근 5년 동안 전체 진료비는 연평균 7.8% 증가했다. 이 중 상급종합병원과 빅 5 병원은 각각 10%, 9.9% 늘어나 평균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2012년만 해도 5개 대형 병원의 진료비는 2조7000억원이었으나, 2016년 3조7000억원으로 5년 새 1조원(37%) 가까이 증가했다. 빅5 병원 진료 인원은 2012년 196만5000여명이었으나 2016년에는 222만2천명으로 5년 새 25만7명(13%) 늘었다. 빅 5 병원의 환자 수 증가율(13%)보다 진료비 증가율(37%)이 더 높은 것이다.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비 점유율 증가 추이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진료비 연경균 증가율은 10%, 빅5병원의 연평균 증가율은 9.9%, 종합병원은 9.8%로, 유형 간 차이는 0.1%이며, 증가율이 가장 빠른 곳은 빅5병원을 제외한 상급종합병원”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이 진료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는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기조에 따라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2012년~2016년 빅5병원의 진료 현황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비급여가 급여로 전환되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환자의 본인 비용 부담이 줄어들면서 국민의 ‘의료 쇼핑’ 현상,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이른바 ‘문재인 케어(문재인 정부의 의료 정책)’ 추진에 앞서 의료 전달 체계를 다시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상훈 의원은 “문재인 케어의 무분별한 급여 확대로 인해 병원 문턱이 낮아지면서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며 “이대로 두면 동네병원은 문을 닫고 1차 의료 전달체계가 붕괴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무조건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기보다는 대형 병원 위주의 의료 전달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현재 동네 의원과 같은 일차의료 기관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포괄적 만성질환 관리, 환자 의뢰-회송 강화, 진료정보 인프라 확충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차의료 기관과 대형병원의 역할 정립을 유도할 수 있도록 수가 체계를 개편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며,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에서도 상급종합병원의 외래 환자 진료 비중을 줄이고 병·의원 간 환자 의뢰 회송 체계를 연계하는 등의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