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체육사에 유례없는 이사 쇼가 펼쳐진다.

오는 27일 진천선수촌 개촌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의 시설과 장비가 대이동한다. 1966년 개촌한 태릉선수촌은 시설 낙후와 수용 인원 부족으로 51년의 역사를 뒤로한다. 진천선수촌은 부지면적(159만4870㎡)이 태릉선수촌의 5배, 수용 인원(1150명)은 3배에 이른다.

1966년 개촌한 태릉선수촌이 51년 역사를 뒤로하고 진천으로 옮겨간다. 사진은 오는 27일 개촌하는 진천선수촌 전경. 선수촌 이사에는 5)트럭 120대와 1200여 명이 동원된다.

초대형 이사를 준비하기 위해 태릉선수촌은 지난 5월부터 23명으로 구성된 '진천 이사 TF팀'을 가동해 선수촌 이사 전략을 세웠다. 디데이는 10월 20일. 이사엔 5t 트럭 120대가 투입될 전망이며 정밀 기기들이 많기 때문에 별도의 5t 무진동 트럭 5대도 동원된다. 이삿짐은 사방 1m 포장 박스 기준 2400개에 달한다.

이재근 태릉선수촌장은 "당초 진천선수촌 오픈 전에 이사할 예정이었지만, 전국 체전 개막(10월 20일)을 앞두고 선수들의 훈련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날을 늦춰 잡았다"고 말했다. 이사 기간은 11월 30일까지 총 41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사 업체로 선정된 CJ대한통운은 상징성이 큰 이 사업을 맡기 위해 공개 입찰에서 싼 가격을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비용이 1억원은 넘는다고 한다. CJ대한통운은 연인원 1200명을 동원해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새로운 선수촌이 개촌되는 진천은 어디?]

이사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MRI(자기공명영상) 등 특수 의료 장비와 측정 장비다. 이런 정밀 기기는 외부 충격을 받으면 수리에 더 큰 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에어 서스펜션이 달린 무진동 트럭에 싣게 된다. 이미 현장 실사를 거쳐 해체, 세팅, 시운전 등 내부 메뉴얼도 만들었다.

이삿짐 중량이 가장 많은 종목은 단연 역도다. 바벨과 바 등 무게가 타 종목에 비해 압도적이다. 선수촌 내 건물 중에 이삿짐을 가장 많이 포장해야 하는 곳은 체력단력장인 월계관이다. 운동기구가 워낙 많아 분리 작업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태릉선수촌이 진천으로 이사하면 빙상장에서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는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선수 50여 명만 남게 된다.

태릉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됐기 때문에 이사가 끝나면 선수촌은 철거할 예정이었다. 이는 일단 평창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유보됐다. 체육계에서는 "우리나라 스포츠의 산실이었던 태릉선수촌을 완전 철거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낭비"라며 "일부 시설은 남겨서 계속 활용하고 상징성도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