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국제음악당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르테’에서 김소희 셰프가 퓨전 한식을 선보이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유명 요리사 김소희가 통영을 찾는다!" 음식 애호가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았다. 9월 1일부터 3일까지 통영국제음악당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르테'에서 김소희 셰프가 통영의 해산물과 각종 재료를 이용한 코스 메뉴를 선보인다는 내용이었다.

런치, 디너 각 70명만을 대상으로 하는 김소희 셰프 스타일의 아시아 퓨전 요리를 맛보기 위해 많은 미식가들이 통영으로 향했다. 통영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아르테 레스토랑에서 김소희 셰프를 만나봤다.

Q. 이번 행사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우연한 기회에 통영국제음악재단 플로리안 리임 대표와 김동진 통영시장에게 제안을 받았다. 처음 가보는 통영에서 신선한 재료를 구입해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나 또한 해산물 애호가여서 통영의 맛을 어떻게 표현해볼까, 설렘을 가득 안고 서울에서 통영까지 한달음에 내려왔다.

Q. 예술의 나라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하는 셰프와 통영국제음악재단이 기획한 팝업 레스토랑, 이 둘의 조화가 잘 어울린다.

지난해 플로리안 리임 대표는 통영국제음악재단의 레스토랑을 보다 활성화시킬 이벤트를 생각하던 중 비엔나에 있는 아티스트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 위치한 퓨전 레스토랑 '킴코흐트'를 찾아왔다. 그때 우리 레스토랑에서 한국 퓨전 요리에 맛보았고 그 맛에 매료돼, 통영에서의 팝업 레스토랑을 바로 제안했다. 그때 나는 유럽에서 자리 잡은 한국인 셰프, 한국의 공연장에서 일하고 있는 독일인 대표의 조합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다양한 제철 재료를 활용해 퓨전 요리를 선보일 수 있다니, 타지에서 늘 한국적 재료에 목말라있던 터라 호기심으로 그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Q. 어떤 메뉴들을 준비했나?

통영에 도착해 음식을 내놓기까지 전통 시장을 여러 번 방문했다. 제철을 맞은 통영의 멍게, 해풍을 맞고 자란 통영 욕지도 고구마 등 통영에서 가장 신선한 재료로 메뉴들을 구성했다. 런치 메뉴로 멍게 라이스, 칠리 너츠, 고구마 스프를 곁들인 오이-바질 페스토 냉소면, 유자 폴렌타를 곁들인 문어와 진저 치폴레 드레싱 수박구이, 무화과와 고구마를 곁들인 카이저슈마렌과 복숭아 컴포트를 준비했다. 디너 메뉴로는 멍게 소르베를 얹은 미역 냉면, 시금치 샐러드와 김치 소금을 곁들인 고구마튀김, 게살 초밥 세비체와 호박씨 오일, 옥수수를 곁들인 사과-바질 수프, 짜장 소스를 곁들인 파마산 치즈 고등어 튀김과 시금치 수제비 튀김 등을 선보였다.

Q. 이번에 통영에서 발견한 가장 매력적인 재료는?

방아와 제피가 가장 흥미로웠다. 방아는 사실 처음 접해봤는데, 달큰하면서 이국적인 맛이 정말 신선했다. 태국의 스윗 바질과 비슷한 듯 다르고, 이번 메뉴에 멍게와 함께 사용했는데 두 가지의 궁합이 매우 잘 맞았다. 이 두 가지 재료 모두 구입해서 오스트리아에도 가져갈 생각이다.

Q. 며칠간 한국에서의 일정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정말 많은 분들이 식사를 하셨지만 어린 아이 손님들이 기억에 남는다. 16개월 된 아기가 파마산 치즈 고등어튀김을 너무 맛있게 먹었던 것이 인상 깊었다. 멍게는 어른들도 먹기 힘든 해산물 중 한가지인데 멍게를 이용한 메인 요리를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이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참 기뻤다.

Q. 당신이 생각하는 한식이란 무엇인가?

한식은 아주 솔직하면서 거침이 없는, 화장을 하지 않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발효와 숙성의 과정을 거친 장류를 이용한 한식은 건강한 음식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이러한 한식의 매력을 유럽인들에게 친근하게 전하기 위해 계속 공부하며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