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2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240번 버스기사’ 논란이 버스기사 딸의 해명글과 현장 CCTV 공개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이번에는 사건이 ‘여성 혐오’ 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사건의 최초 제보자가 여성 네티즌들이 활동하는 이른바 ‘여초연합 삼국카페’ 중 한 곳인 S카페에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S카페에 올라 온 최초 제보자의 240번 버스 사건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이에 일부 남초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에선 허위 사실을 유포한 S카페 회원을 고소해야한다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전날까지만해도 ‘240번 버스 기사를 해임해달라’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던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13일 ‘240번 버스 사건 최초 제보자를 엄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S카페 제보자 "상황 판단 잘못했다" 사과
240번 버스 사건 제보자는 12일 밤 사과문을 올리고 S카페를 탈퇴했다. "냉정하게 잘 판단했어야 하는데, 아기 엄마에게만 초점이 맞춰져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상황 판단을 제대로 못하고 버스기사를 오해했다"는 취지였다.

S카페에 최초 제보자가 쓴 사과문.

25년 가까이 버스운전을 해왔던 기사는 이번 논란을 제대로 해명 못했으면 자칫 직업을 잃을 뻔했다. 일곱살 딸이 버스에서 혼자 내리는 걸 알아채지 못했던 엄마에겐 ‘보호 의무를 다 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전국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S카페 제보자가 ‘서울특별시 버스운송사업조합’에 민원을 넣고 사건이 커지면서, 어린 딸과 함께 논란의 중심에 들어선 피해 엄마는 서울시에 “CCTV가 공개되는 걸 반대했다”가 ‘맘충’ 낙인이 찍혔다.

최초 목격글이 올라왔던 S카페에도 ‘맘충 카페’라는 조롱이 이어지고 있다. 이 카페 회원들은 “이번 버스 사건으로 안 좋던 카페 이미지가 더 망가졌다”며 낙심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S카페는 과거에도 ‘악성 루머’로 여러번 홍역을 치렀다. 인터넷 ‘가짜뉴스’의 시초 격인 2003년 ‘변정수 사망설’이 최초로 올라온 곳도 이곳이었다. 당시 한 대학생이 카페에 모델 겸 탤런트 변정수씨가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가짜뉴스를 만들어 카페에 올렸다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결국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2003년 7월 16일자 조선일보 사회면. 당시 변정수 사망 가짜뉴스는 S카페에 처음으로 올라온 것으로 조사됐다.

성매매·데이트 강간 의혹이 있는 남성들에 대한 무차별 신상털이로 지난해 사법처리된 ‘한남패치’의 운영자도 S카페에서 활동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시 카페에 사건 초기 경찰의 조사 상황을 세세하게 남기기도 했다.

일각에선 “인터넷 루머 확산은 일간베스트·디시인사이드 등 남녀 구분 않고 많은 커뮤니티 사이트가 겪는 문제인데, 여초카페에서 일이 터지면 ‘여자는 감정적이며 입소문·선동에 취약하다’라는 편견이 결합되면서 결국은 ‘여혐’ 문제로 귀결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240번 버스 논란은 결국 '여혐'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