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를 회의(懷疑)하는 당신에게
전달 줄이고, 질문 늘리고, 기록하고, 역할 나누라

여러분의 부서 회의 풍경은 어떤가. 정적이 흐르는 적막강산인가, 아니면 시끌벅적 불꽃이 튀기는 토론장인가? 혹시 리더는 원맨쇼를 하고, 구성원은 그저 정족수 채우는 것으로 면피 하고 있지는 않은가. 많은 직원들이 “쓸데없이 너무 많은 회의가 열리고 있다”고 불평한다.

정해진 회의에 회의감을 느끼는가? 회의 때문에 일할 시간이 부족한가?

◆ 회의에 대한 3가지 혐의 ‘방풍, 병풍, 장풍’

리더도 할 말은 있다. 누구는 일방통행 원맨쇼 회의 하고 싶어 하는 줄 아는가? 왜 멍석 깔아놓으면 앞에서 말하지 않고선 뒤에서 구시렁거리는가? 공지-전달사항은 인트라넷, 메일로 보면 된다고 하지만 과연 몇%나 읽겠는가. 우이독경, 마이동풍이라도 눈으로 보면서, 입으로 말해야 그나마 안심이 된다고 말한다.

이에 구성원은 “회의가 말 그대로 의견을 모으는 자리인 경우는 드물다. 실제론 일방 전달이 주목적이다. 그런 의도를 읽기에 입을 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들은 회의의 목적 내지 의도에 3가지 혐의를 둔다. “회의는 리더의 방풍(防風), 병풍 혹은 장풍(掌風)역할밖에 더 되는가.”

방풍 역할 혐의는 ‘리더 단독의 결정이 아니다. 공동의 의사결정을 통해 정한 것이다’란 책임분산을 위한 가시적 절차라고 보는 것이다. 병풍 역할은 “나는 독재적 리더가 아니다. 의견수렴을 거치는 민주적 리더다”란 것을 보여주기 위한 과시적 절차‘라고 보는 것이다. 장풍 역할은 “리더가 일장훈시 전달을 하면 구성원들이 바람에 따라 풀이 눕듯,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주목하며 일제히 받아쓰기하는 모습이 흐뭇해서” 즉 ‘리더가 보기에 좋은 그림’을 위해서라고 보는 것이다.

◆ 회의가 그토록 싫은 이유

구성원들은 “회의 하느라 정작 일할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리더는 회의가 끝나면 임무는 끝난다. 지시와 전달을 다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이야 어디 그런가. 회의가 끝나면 그때부터 일이 시작된다. 따발총 지시받은 것을 실행에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1M3D(회의하느라 1달(month), 실행 기간은 고작해야 3일(day)이란 말이 있겠는가. 리더가 회의를 좋아하고 팔로워가 회의를 싫어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이유다.

그렇게 회의가 불필요하면, 참석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리더에게 미운털 박힐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회의에서 유체이탈하기 위해 익힌 내공법은 다양하다. 첫째는 노트북 필수지참이다. 개인 작업등의 일을 하며, 눈길을 마주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필참 장비다. 둘째는 표면적 긍정 태도다. 속생각이야 어떻든 겉으론 “옳소 옳소”의 긍정적 표정을 짓는 것은 기본이다. 그래야 빨리 끝날 수 있어서다. 회의 끝날 무렵에, 의견을 내면 동료들에게 ‘공공의 적’으로 찍히기 십상이다.

천편일률적으로 정해진 회의에 거풍이 불게 하라

◆ 거풍(擧風) 회의를 위한 5가지 법칙 ‘줄이고, 늘리고, 나누고, 정하고, 돌리고’

과연 회의를 회의(懷疑)하지 않게 하는 운영방식은 어때야 하는가. 장풍-병풍-방풍의 회의가 되지 않고 거풍(擧風)이 되게 하려면 회의는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 줄이고 늘리고 나누고 정하고 돌리고의 5가지 운영법칙이 필요하다.

첫째, 줄이라. 리더의 말을 줄이라. 줄일수록 좋다(Less is more). 조직 소통총량의 법칙이 있다. 리더가 말을 줄여야 구성원의 말은 늘어난다. 구성원들이 말을 하지 않는다고? 정적의 순간을 버티라. 침묵을 하면 누군가는 나선다. 구성원들은 리더의 간보기를 한다. 정말 의견을 듣고 싶은지, 답정너(답은 정해져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의 요식 절차인지를 알아보고 그에 따라 대응한다.

둘째, 늘리라. 일방 전달보다 질문을 늘리라. 굳이 의견을 모을 필요가 없다면 회의에 부치지 말라. 그냥 전달하라. 리더의 심중 결론이 노출되는 순간, 토론은 사라진다. 지지의 꼬리 물기가 일어난다. 오히려 당신 심중의 반대편에서 공격적 질문을 해보라. 물개 박수 일변도의 하나마나 회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나누라. 역할을 나누라. 회의는 열심히 한 것 같은데 막상 끝나고 나면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 빠진 허무한 느낌이 든 적 없는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회의는 역할이 나누어져 있지 않아서다. 역할을 나눠야 권력도 분점된다. 회의에서 진행자와 서기는 필수다.(사안, 회의목적에 따라 최종 의사결정자, 실행자 등 상황에 따라 필요한 역할을 누가 할지에 대해 사전 결정하라). 역할을 돌아가면서 해도 좋다. 회의를 리더만이 주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R(Role) & R(Responsibility)이 있어야 프로세스가 발동된다. 리더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애쓰지 말고 역할을 분산하라.

넷째, 정하라. 회의의 목적과 기대효과, 그라운드 룰을 정하라. 각 기업 문화를 들여다보면 끝장회의, 초장 회의를 주관 없이 오락가락한다. 초장에 끝내는 짧은 회의, 끝장을 보는 긴 회의, 어느 게 효율적인가. 정답은 없다. 회의 목적에 따라 다르다. 아이디어 회의면 끝장을 볼 때까지(도출할 때까지)길게 해도 무방하다. 반면에 의사 결정회의면 끝나는 시간을 정해놓고 임팩트 있게 진행 하는 게 좋다.

다섯째, 돌리라. 회의 사전 자료, 사후 정리 자료는 전체에 돌리라.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이야기를 했어도 각각 이해상황은 다를 수 있다. 자료 공유는 쓸데없이 의무방어전으로 참석해야 하는 직원들을 해방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단지 관련 상황 파악을 위해서 눈팅 참석하는 회의 투명인간이 줄어든다.

◆ 리더십 스토리텔러 김성회는 'CEO 리더십 연구소' 소장이다. 연세대학교에서 국문학과
석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언론인 출신으로 각 분야 리더와 CEO를 인터뷰했다. 인문학과 경영학, 이론과 현장을 두루 섭렵한 '통섭 스펙'을 바탕으로 동양 고전과 오늘날의 현장을 생생한 이야기로 엮어 글로 쓰고 강의로 전달해왔다. 저서로 '리더를 위한 한자 인문학' '성공하는 CEO의 습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