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GMO(유전자 변형 생명체) 식품'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 있다. 유전공학 기술로 유전자를 변형해 수확량을 늘리거나 병충해에 강한 품종을 만들면 인류에게 축복이 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GMO 식품이 장기적으로 신체 이상이나 환경 파괴를 초래할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로버츠(Roberts·74) 미국 노스이스턴대학 특임교수는 지난 7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GMO에 대한 걱정을 그만하라"고 말했다. 로버츠 교수는 영국 셰필드대에서 유기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땄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았다. 1993년엔 유전자 재조합 핵심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로버츠 교수는 "GMO 반대론자가 만들어 낸 '허구' '환상'을 믿지 마라. 과학자인 내 말을 믿어라"하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약 30년 동안 GMO 연구·평가가 이뤄졌지만, 유해하다는 증거가 단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GMO는 마치 씨알 굵은 옥수수를 만들기 위해 해 오던 전통적 육종(育種) 방식을 좀 더 정밀하게 했을 뿐"이라면서 "개·고양이 사료에 GMO가 많이 활용됐다는데, 개·고양이가 사료를 먹고 죽어나갔느냐"고 반문했다.

리처드 로버츠 교수는 7일 “GMO가 위험하다는 것은 반대론자들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라며 “GMO는 적은 땅에 적은 살충제만 쓰고도 키울 수 있어 친환경적”이라고 했다.

2012년 프랑스 칸대학 연구진이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먹인 실험 쥐에서 암 덩어리가 생겼다'고 발표한 연구 결과는 '과학적 근거가 약하다'고 결론났다. 또 미국 과학한림원(NAS)이 지난해 "GMO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밝히는 등 세계 주류 과학계에서 'GMO가 위험하지 않다'고 속속 발표하고 있다. 로버츠 교수 역시 지난해 노벨상 수상자 120여명과 함께 'GMO 반대 운동을 멈춰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노벨상 생존자(290여명)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동참한 것이다.

로버츠 교수는 GMO가 미래 식량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프리카에선 아직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기아에 허덕이는 전 세계 8억명에게 '식품은 곧 약'입니다."

그는 유전자 변형 품종인 '황금쌀'이 개발된 지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환경 단체 등의 반대로 출시가 지연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2002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약 1500만명의 어린이가 비타민A 결핍으로 죽거나 고통을 당하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황금쌀 도입을 막는 것은 반인륜적이며 '사람을 죽이는 행위(killing people)'"라고 주장했다.

로버츠 교수는 한국에서 최근 농촌진흥청이 유전자 변형 작물 개발사업단을 해체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 "잘못된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GMO에 대한 허황된 목소리에 대해 학자적 양심으로 도저히 침묵을 지킬 수 없어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반(反)GMO는 반(反)과학"이라고 했다. "GMO는 '친환경적' '친농업적'이에요.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량을 늘릴 수 있는 작물이 나오면, 더 적은 농토에서 살충제를 훨씬 덜 뿌리고 재배가 가능하니까요."

로버츠 교수는 "GMO에 대한 걱정은 필요 없다. GMO가 아니라 GMO에 대한 걱정이 되레 심장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